[정치] 李 "자유무역질서에 거센 변화"…시진핑은 첫만남에서 지각[경주 A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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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자유무역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무역 및 투자 활성화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이펙) 정상회의 첫날인 이날 각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1세션 개회사에서 “우리는 모두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각자의 국익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가 같은 입장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힘을 합쳐 공동번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궁극의 목표 앞에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국가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언급한 건 미국발 관세 압박으로 인한 여파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정상회의장 명칭이기도 한 ‘화백’을 거론한 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 낼 화음의 심포니를 추구하며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신라의 화백 정신”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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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발언을 마친 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발언권을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개회사 이후 이 대통령은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를 주제로  ‘초청국과의 비공식 대화’를 주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세션에서 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이어 각국 정상이 연설에 나섰다. 이들은 무역과 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경제 도전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오찬을 겸한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와의 대화에 참석해 “지난 6월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국민께 약속했다”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고 미래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다.

한편 이날 에이펙 정상회의 첫 세션은 이 대통령이 취임 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 대면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시 주석은 한국의 초청에 따라 국빈 방한 중인 가운데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측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공감하는 등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슈가 돌출한 상황이다.

시 주석은 첫 만남을 지각으로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0분쯤부터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1층 회의장 입구에서 APEC 회원 대표들을 일 대 일로 영접했다. 특별초청된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시작으로 알파벳 역순으로 대표들이 입장하면 이 대통령이 직접 맞이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순서대로라면 끝에서 다섯 번째였던 시 주석은 마지막 입장 순서인 아랍에미리트(UAE) 칼리드 아부다비 왕세자의 영접이 끝난 시점까지도 행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도착한 것은 예정된 입장 시각보다 15분이 흐른 오전 10시 2분쯤이었다. 이 대통령이 웃으며 “환영합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시 주석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안녕하십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양국 정상이 회의장으로 함께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직접 시진핑을 직접 안내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대통령은 “오는 길이 불편하진 않으셨느냐”고 물었고 시 주석은 “경주가 역사가 오래된 깊은 도시라고 알고 있다. 매우 아름답고 좋은 곳”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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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과 중국 측 대표단에게 보낸 황남빵. 대통령실제공

시 주석은 이어 “황남빵이 맛있었다”란 말도 덧붙였다. 강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이 대통령이 전날 갓 만든 따뜻한 황남빵을 한식 보자기로 포장해 “경주 맛을 즐기기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 주석에게 전달한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오늘 오전 중국 측을 위해 황남빵을 200박스 추가로 보냈다”며 “이 대통령이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중국 외 모든 회원 대표단에도 경주 명물인 황남빵 선물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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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서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 부부는 이날 경주 라한호텔에서 공식 환영 만찬을 열었다. 만찬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 중인 21개 에이펙 회원 및 초청국 정상 내외, 국제기구 대표, 글로벌 CEO, 국내외 주요 인사 등 약 400명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시 주석과 나란히 만찬장에 들어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에이펙의 차기 의장이자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 시 주석을 예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네이비색 양복에 세 가지 색깔이 교차한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보라색 한복 차림이었다. 넥타이의 세 가지 색깔도 각각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레드 와인 빛깔의 붉은색은 신뢰, 남색 신뢰, 하늘색은 청렴을 뜻한다는 것이다. 또 넥타이의 금색 문양은 장수를 상징하는 ‘수(壽)’자로 새겨졌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수복 등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이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천년 신라왕국의 고도 경주에 오신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대한민국이 어려움을 딛고 나날이 새롭게 일어서 세계만방에 국제사회 복귀를 알린 2025년 에이펙 경제지도자분들을 이곳 신라에서 만나 뵈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며 “고대 신라왕국에는 ‘만파식적’이라는 피리가 있었다고 전해진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세상의 모든 분열과 파란을 잠재우고 평안을 가져온다’는 뜻으로, 왕실에서 나라에 근심이 있을 때마다 불었다”며 “천년의 세월을 넘어 이곳 경주에서 에이펙 회원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만파식적’의 선율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건배”를 외치며 만찬을 본격 시작했다.

이날 배우 겸 가수인 차은우가 만찬 사회를 맡으며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은 차은우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남자 주인공(진우)의 실제 모델이란 점을 겨냥해 군복무 중인 차은우를 이번 행사에 투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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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 메뉴를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는 이날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APEC 회원국 정상 내외를 초청해 공식 환영 만찬을 연다. 사진은 왼쪽부터 완도산 전복과 조랭이떡을 곁들인 경주 천년 한우 갈비찜, 경주 곤달비나물 비빔밥과경주콩 순두부탕과 3종 반찬, 구운 잣 파이와 된장 캐러멜 인절미. 뉴스1

만찬 메뉴는 한식에 서양적 감각을 더해 아태 지역의 화합 정신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한 셰프 에드워드 리가 메뉴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 이색밀쌈 등 모둠 전채를 시작으로, 게살 샐러드, 완도산 전복을 더한 경주 천년 한우 갈비찜, 비빔밥과 경주콩 순두부탕이 이어진 뒤 디저트로 구운 잣 파이가 제공됐다. 건배주로는 정부 주최 ‘에이펙 정상회의 건배주 콘테스트’에서 탁주 부문 1위를 차지한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가 테이블에 올랐다.

만찬 이후 이어진 문화 공연에선 가수 지드래곤, 안무가 허니제이·리정, 11세 바이올리니스트 김연아 등이 참여했다. 정상 라운지엔 동궁과 월지 출토 꽃·새무늬 금박, 보문동 합장분 금귀걸이 등 신라의 대표 문화유산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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