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현대차에 GPU 공급하는 젠슨 황...“韓 제조AI 도우면 엔비디아도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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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한국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계획에서 다른 나라와의 차별점은 ‘반도체·자동차 인공지능(AI) 팩토리’다.

세계를 돌며 ‘소버린(주권) AI’를 외쳐 온 황 CEO는 각 나라의 AI 데이터센터와 AI 수퍼컴퓨터 구축, AI 스타트업 지원 등을 밝혀왔다.

그런데 삼성전자·현대자동차에 각 5만장씩 최신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한다는 계획은 이례적이다. 통신·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을 하지 않는 제조 기업이 GPU를 대량 확보하는 것이어서다. SK하이닉스도 SK그룹의 GPU 5만 장 중 2000장을 따로 배정받아 쓰게 된다.

이는 제조 강국인 한국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젠슨 황 CEO는 이날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한국은 제조 AI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역량을 갖고 있으며, 이는 한국 뿐 아니라 AI의 발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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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마지막 특별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동시에, 한국에 대량의 GPU 공급은 한국에서 AI 메모리를 수급하는 엔비디아의 이해와도 직결된다. 이날 엔비디아는 삼성을 “HBM3E와 HBM4의 핵심 공급사”, SK하이닉스를 “HBM 및 첨단 메모리 솔루션 개발 협력사”라고 명시하며, 이들의 반도체 설계·제조 고도화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15년만의 방한...파격적인 GPU 공급 

황 CEO는 최근 3년간 아시아·중동·유럽 각국을 방문해 AI 인프라 구축을 논해 왔다. 일본에 매년, 대만에 수시로 가면서도 유독 한국만 찾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방한에서는 최대 수준인 GPU 26만장을 풀었다. 앞서 지난 6월 독일에 1만장과 유럽연합(EU) 전체에 10만장, 지난달 영국 방문에서 ‘최대 12만 장’을 약속한 것의 2배 이상이다. 주요 협력 대상도 일본·영국·독일에서는 소프트뱅크·엔스케일·도이치텔레콤 같은 통신·클라우드 기업이었으나, 한국에서는 반도체·자동차 기업과 직접 협력한다. 제조업 기반이 필요한 AI 팩토리, 피지컬 AI로 협력 분야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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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대통령 접견 현장.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대통령실]

삼성+엔비디아, ‘AI 반도체 공장’ 구축

이날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5만 개 이상 엔비디아 GPU로 구동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AI 팩토리란, 설계·공정·운영·품질관리 등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AI가 실시간 수집하고 학습·판단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가리킨다.

삼성 파운드리는 이미 반도체 공정 중 전산 리소그래피 등 연산·예측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과정에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기술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 속도를 20배 높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AI를 설계부터 품질관리까지 모든 공정에 도입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 주기를 단축하고 제조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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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마지막 특별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스1]

이번 협력은 미국에서 23조원 규모 테슬라 AI 칩을 생산해야 하는 삼성 파운드리에 중요하다. 삼성과 TSMC 모두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지었는데, 제조 문화가 다르고 숙련 인력이 부족해 골치다. 그런데 자율화·최적화가 가능한 AI 팩토리를 구축하면 이런 고민을 덜 수 있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 구축과 관련 노하우를 미국 테일러 등 해외 주요 생산 거점에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세계적 기술 리더인 삼성은 엔비디아와 함께 AI 기반을 구축해 전 세계의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새로운 AI 팩토리를 엔비디아와 함께하며 미래를 위한 표준을 만들고 혁신을 가속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현대차+엔비디아, 피지컬AI 선점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피지컬AI(현실에서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AI) 선점에 나서며, 이를 위한 GPU 5만 장을 확보했다. 국내에 엔비디아 AI 기술센터와 현대차그룹 피지컬AI 애플리케이션센터, 여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현대차는 AI를 구현하는 하드웨어 개발을 맡는다.

현대차는 이를 모빌리티, 로보틱스, 스마트 제조 환경 구현에 접목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차량을 실험·검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제조 공장을 3차원 가상 환경에 동일하게 조성해 데이터를 통합·관리·정밀 제어하는 디지털 트윈도 구축한다. 공장의 제조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사전에 훈련시킬 수 있다.

이날 대통령 접견 자리에 배석한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기술력과 스마트 제조역량을 결합해서 미래 피지컬 AI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두 회사와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현대차 등이 약 30억 달러(약 4조원)가량을 투자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2000장 GPU로 설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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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SK그룹은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장과 제조 AI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해,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SK 측은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 운영, 사용까지 일원화하는 국내 사례는 SK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이중 2000장 이상의 GPU를 이천·용인 생산기지에서 사용하며, SK텔레콤이 구축·운영·서비스를 맡는다. AI 시뮬레이션으로 차세대 반도체 설계 속도를 높이고, 공장을 실시간 시뮬레이션·모니터링해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이 대통령과 황 CEO 접견 자리에 배석해 “제조업을 AI로 혁신시킬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SK만 쓰는 게 아니라 공공과 스타트업이 같이 쓸 수 있게끔 제공하겠다”며 “이 제조 AI 얼라이언스(연합체)로 한국 제조업이 전 세계를 리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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