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하니까 더 건강해져”…전국 1위 장수마을, 이유 있었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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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전남 고흥군 고흥손맛반찬 1호점에서 어르신들이 지역 내 재가노인들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싸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고흥군 고흥읍 ‘고흥손맛반찬 1호점’. 60세 이상 어르신 30여명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고흥군이 고흥시니어클럽에 위탁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이었다.
음식 준비를 마친 어르신들은 도시락에 다섯 종류의 반찬을 담았고, 한쪽에서는 배달팀 20여명이 반찬통 뚜껑을 닫았다. 이후 배달팀 어르신들은 반찬을 담은 보온 가방을 각각의 차량에 실은 뒤 “안전”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배달처를 향해 출발했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점심시간 전까지 일한 어르신들은 “일하니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이덕례(77·여)씨는 “집에서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만 하면 오히려 더 골병이 드는 것 같다”며 “식당에 나와 친구들과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몸 관리도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전남 고흥군 고흥손맛반찬 1호점에서 배달팀 어르신들이 지역 내 노인들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황희규 기자
고흥 지역 어르신들이 만든 음식은 거동이 불편한 재가 노인과 아동, 다문화 가정, 취약계층 가정 등으로 배달된다. 고흥손맛반찬 1·2호점은 노인 522명, 아동 151명 등에게 주 1~2회 도시락을 배달해준다.
고흥군에 따르면 배달을 담당하는 어르신 중 95%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도시락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음식을 받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피고,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6월에는 배달팀이 도시락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거실에서 쓰러져 있는 어르신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해 구조한 사례도 있었다. 도시락 배달 외에도 사비를 들여 방충망을 교체해주거나, 어르신들의 약을 사다 주는 등의 봉사도 한다.
배달을 담당하는 이윤식(75)씨는 “도시락을 받는 어르신들은 머지않아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며 “어르신들이 우리의 노력으로 미소 짓고 행복해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전남 고흥군 고흥손맛반찬 1호점에서 배달팀 어르신이 지역 내 노인들에게 도시락 전달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고흥군은 전국에서 100세 이상이 가장 많은 ‘장수마을’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흥군의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인구’는 74.9명으로 전국 229개 시·군·구 중 가장 많다. 2020년(65명)과 2023년(78.3명) 등 최근 10년간 세 차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고흥 지역 고령자들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인 지원정책 덕분에 장수마을이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고흥군은 지역 내 공원·해수욕장 환경 정비와 아동 귀갓길 지도·급식보조, 경로식당 급식 지원 등 30여개의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흥군은 2023년 전국 최초로 ‘노인전담 주치의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내과·한의과 공중보건의사와 보건소 직원 등 49명이 건강취약계층 500여명의 가정을 월 1회 방문해 한방 진료(침·부황), 건강상담 등의 의료봉사를 한다.

전남 고흥군은 ‘가정방문 노인전담 주치의 제도’를 전국 최초로 시행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지역 어르신 대상 의료 봉사하는 모습. 사진 고흥군
고흥군은 다음달부터는 80세 이상 군민에게 목욕탕과 이미용소 업소를 이용할 수 있는 연간 6만원 상당의 청춘 바우처도 지급할 예정이다. 고흥군 관계자는 “올해 18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고흥 지역 4949명의 어르신께 일자리를 제공했다”며 “일자리를 원하는 어르신이 대기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자리 관련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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