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차·반도체 설비투자 늘었지만…국내 제조업은 ‘대미투자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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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까지 설비투자가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월별로도, 분기별로도 점차 나아지는 흐름이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로 대규모 대미 직접 투자가 불가피해지면서 국내 투자 위축과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산업 설비투자지수(원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2021년 11.3%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투자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같은 기간 자동차 설비투자 증가율은 15.6%를 기록했다. 2000년(33.9%) 이후 25년 만에 최대 폭 증가다. 전기차 전환시설 확충,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에 투자를 늘린 효과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도 15.7% 증가했다. 2021년(57.2%)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하지만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관세 부담은 일부 완화됐지만, 그 대가로 약속한 대규모 대미 투자(3500억 달러)가 국내 투자 여력을 갉아먹을 수 있어서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간 대미 투자가 내년부터 현재의 2배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업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에 투자할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10대 제조업의 국내 투자 실적은 약 114조원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 전 산업 설비투자의 4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당장 내년부터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비롯한 미국과의 산업 협력이 본격화한다. 허 교수는 “이번 대미 투자는 국내 투자와 보완적인 성격이 아니라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전면적 투자 형태”라고 짚었다. 해외 투자에 따른 국내 낙수효과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란 뜻이다.
국내 투자 위축은 제조업 공동화를 부를 수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조선업 쇠락기 때처럼 제조업 투자 부진이 중장기적으로 중소·중견 공급업체 위축으로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 등으로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고용 이슈가 발생하자 실업자나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식으로 지원했다”며 “해외 직접투자 증가에 따른 피해기업 지원, 직업전환훈련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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