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웃돈 줘도 못사는 GPU 대전...젠슨황, '26만장 약속'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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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약속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이다. GPU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략자산이다. 고가(장당 3만~4만 달러)지만 웃돈을 주고도 못 구한다. 세계 각국이 GPU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이 26만 장의 GPU를 확보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GPU 확보국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피지컬 AI 독자 모델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GPU 쟁탈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26만 장 확보는) GPU 공급 안정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더해 피지컬 AI 모델 개발까지 국가 AI 전략을 ‘투 트랙’으로 확장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거대언어모델(LLM)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 모델에 대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제조 강국의 이점을 살려 독자적인 피지컬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최근 GPU 확보는 국가 대항전으로 확전됐다. 기업 개별로 나서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영국은 지난 9월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6만 장을 공급받는다는 협약을 맺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과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파트너십 등 28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연 50만 장의 엔비디아 AI 칩을 공급받는 내용의 협력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UAE에 AI칩 수출을 금지해 왔다.

세계 2위의 GPU 보유국으로 알려진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이후 우회로를 활용하거나 암시장 거래를 통해 첨단 GPU 확보에 총력을 다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인 H20의 중국 수출만 겨우 허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수년간 어둠의 경로로 GPU를 확보해 왔기에 정확한 보유량을 알 수 없지만, 미국(2000만 장)보다 적고 한국보다 많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며 “기술 자립 노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그래픽의 빠른 처리를 위해 개발된 GPU는 초창기에는 게임용 그래픽카드로 사용됐다. 하지만 2020년 초반 GPU의 병렬 연산 능력을 활용해 암호화폐 채굴에 쓰이며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업계 “미국 GPU 2000만장, 중국은 수년간 은밀히 확보”

이후 2023년 생성AI 챗GPT 등장으로 AI 열풍이 시작되자 본격적인 GPU 품귀 현상이 일어났고, AI 반도체 시장에서 핵심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는 AI 개발에 이용되는 GPU 80~90%를 공급한다. 고성능 칩이다 보니 만드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번에 확보한 GPU는 정부에 최대 5만 장,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SK그룹에 각각 5만 장씩, 네이버클라우드에 6만 장이 투입된다. 5만 장을 공급받는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GPU로 구동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AI가 스스로 수집하고 판단하면서 반도체를 만든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GPU 5만 장 확보를 통해 엔비디아와 피지컬 AI(현실에서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AI) 선점에 나선다. 테슬라의 경우 엔비디아 GPU 12만 장과 자체 AI 칩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은 “GPU를 대량 확보하면서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든 피지컬 AI를 통해 다양한 연구·사업 성과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며 “피지컬 AI 모델이 제조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할 수 있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 문제 해결 등 정부의 후속 지원책도 중요하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GPU 26만 장이 들어오면 전기 사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삼성·SK·현대차·네이버 본사와 가까운 수도권 지역에 AI 데이터센터 부지를 만든다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신설 등 전력 공급 계획도 함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에너지기본계획을 5년마다 짜는데, 지금처럼 급격하게 환경이 변화하는 흐름에선 너무 긴 시간”이라며 “그때그때 대응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제정해 신속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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