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낮추세요, 그래야 연애도 가능… 법륜의 '청춘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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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법륜 스님(72)을 만났다. 14년 전 ‘청춘콘서트’를 통해 이땅의 청년들에게 위로와 각성,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던 법륜 스님이 다시 청년들을 위해 마당을 펼친다. 즉문즉설과 토크 콘서트, 강연 등이  어우러지는 ‘2025 청년페스타 :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움직임’이다. 마주 앉은 법륜 스님에게 ‘청년과 길’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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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은 "대한민국 안에서 보면 살기 어렵지만, 바깥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참 괜찮은 나라다. 너무 기운 빠져 있지 마라. 대한민국은 아직 살만한 나라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청춘콘서트’(2011~18년)가 막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다시 ‘2025 청년페스타’를 여는 이유는.

“청년들이 너무 희망이 없다고 할까. 자살률도 높고, 취업도 어렵고, 방콕하는은둔고립 청년도 많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무언가 기운을 주고 싶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왜 ‘청년’에 주목하는가.
“청년이 미래다. 한국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청년이 대를 이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겠나. 청년이 미래의 주인이다. 그래서 재미있고, 의미 있고, 활달한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장을 꾸린다. 기본적으로 청년들에게 위로와 각성, 그리고 희망을 건네고 싶다.”

2011년이었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했다. 학교에서는 기술이나 지식을 가르쳤다. 거기에 삶의 선생은 없었다. 법륜 스님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물었다. 시골의사 박경철, 안철수 안랩대표(정치인이 되기 전) 등과 함께 팀을 꾸려서 전국의 대학을 돌았다. 그리고 청년들의 고민을 듣고 해법을 주고받는 ‘힐링의 장’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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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청년페스타'는 종교와 상관 없이 2030 쳥년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법륜 스님은 "위로와 각성, 희망을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청년들의 고민은 주로 어떤 건가.
“크게 네 가지다. ‘연애, 결혼, 학업, 취업’. 여기에 하나 더 보태면 ‘직장생활’이다. 예전에는 연애를 하다가, 연애가 잘 안 돼서 고민인 청년이 많았다. 요즘은 다르다. 아예 연애 자체를 못한다. 남녀가 잘 만나지지 않더라. 왜 그런가, 생각해 봤다. 다들 위를 쳐다보니까 그런 거 아니겠나. 눈이 높은 거다. 다른 말로 하면 각자의 욕심이다.”
그런 청년에게 뭐라고 조언하나.  
“연애는 나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상대방도 나를 좋아해야 한다. 처음부터 연애해야지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만나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서로 마음이 좋으면 연애하라고 한다. 인연(因緣)이 오면 감사하고, 떠나가면 연(緣)이 다했다 생각하면 된다.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헤어져 봐야 다른 사람도 만날 것 아닌가. 평생 한 사람만 알면 억울하지 않겠나. 그렇게 얘기한다.”
그런 말 들으면 묵직하던 나의 고민이 좀 가볍게 느껴질 것 같다.
“맞다. 별일 아니라는 걸 자각하면 된다. 지금은 걱정하지만,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다. 대학 떨어지면 재수하지 않나. 지금 당장은 큰일이다. 30년 지나서 보면 어떤가. 재수했나, 안 했느냐는 인생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당장은 내가 원하는 대로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이리되든, 저리되든 별일 아닐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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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이 국제구호활동 차원에서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인도 학교의 학생들 사진 앞에 서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왜 별일 아닌가.
“원래 별일 아니기 때문이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그게 ‘공(空)’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별일 아니니까, 다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령 자장면과 짬뽕이 있다. 둘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짬뽕은 없고 자장면만 있다. 그때는 자장면을 먹어도 별일 아니라는 거다. 그렇게 가면 삶이 가벼워진다. 삶의 문제를 푸는 데까지 풀어보고, 안 풀리면 집착 없이 버리면 된다.”
가령 이혼한 30대 중반의 청년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거기에 대고 “별일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  
“물론이다. 남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자기 스스로 깨쳐야 한다. 지나고 보면 이게 별일 아니라는 걸 말이다. 내가 ‘이혼 그거 별일 아니다’라고 말하면 어떻겠나. 스님은 혼자 사니까 그렇죠, 라고 당장 반박하지 않겠나. 기나긴 인생에서 이게 정말 별일 아니구나, 그걸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 나는 대화를 통해서 그런 자각을 도와줄 뿐이다.”
‘2025 청년페스타’는 종교와 상관없이 청년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왜 ‘종교와 상관없이’인가.
“종교의 본래 목적이 뭔가. 괴로운 사람을 괴로움으로부터 해방하는 거다. 그 목적에 충실하면 된다. 기독교냐 불교냐, 그런 종교적 제도나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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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은 "인생의 이런저런 문제를 살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라는 걸 스스로 각성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25 청년페스타’는 7~9일 사흘간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다. 2030 청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다. 공식 홈페이지(https://youthfesta.com)에서 신청만 하면 된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비롯해 방송인 김제동, 소통전문가 김창옥, 배우 조인성 등이 강연을 통해 위로와 각성,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외에도 김예지 의원이 ‘차별 없는 미래정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평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북방경제와 북극항로’ 등에 대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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