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종묘 앞 '142m 초고층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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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시가 공개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전체 조감도. 서울시 제공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의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 최고 142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종묘의 경관 훼손 우려가 제기되며, ‘제2의 왕릉뷰 아파트’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인근 주민들은 20년 넘게 표류하던 사업이 본격 추진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시보에 고시했다. 이번 변경안의 핵심은 세운4구역의 건물 높이 상향이다.
기존 계획에서는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였던 최고 높이가 각각 98.7m와 141.9m로 상향됐다. 청계천변 기준으로 보면 건물 높이가 두 배 가까이 높아지는 셈이다.
세운4구역은 북쪽으로 종묘, 남쪽으로 청계천이 맞닿은 지역이다.

종묘 영녕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서울시 관계자는 “200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9년간 13차례 문화유산 심의를 거치며 높이가 50m 이상 축소돼 사업 동력을 상실했다”며 “이번 변경은 도심 기능과 환경의 조화를 고려해 종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앙각 기준을 확대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운4구역의 높이 조정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이 지역은 역사 경관 보존 문제와 낮은 사업성, 잦은 계획 변경 등으로 재개발이 지연돼왔다. 특히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의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수차례 제동이 걸리며 2018년에야 55∼71.9m 기준이 확정됐었다.
그러나 이번 높이 상향으로 관련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인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지난 7월 서울시가 공개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서울시 제공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으로,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의 첫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국가유산청은 대규모 개발로 인해 세계유산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만큼 ‘세계유산영향평가(HIA)’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세계유산법)’도 이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영향평가를 이행해야 한다는 게 국가유산청의 판단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운4구역은 종묘로부터 약 180m 떨어져 있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00m 이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높이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유산청은 기존 높이(55∼71.9m)를 유지하라고 권고하지만, 도심의 녹지축 형성과 종묘-남산 간 조화를 고려할 때 높이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계에서는 종묘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문화재 전문 교수는 “종묘는 한국 역사와 정신의 상징”이라며 “단기적인 개발 이익을 위해 세계유산의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전경.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실제로 유사한 사례로 영국의 ‘리버풀 해양 무역 도시’가 대규모 개발로 인해 2012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지정된 뒤, 2021년에는 세계유산 자격을 박탈당한 바 있다.
또 오스트리아의 ‘빈 역사 지구’ 역시 도시 개발 문제로 2017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명단에 올랐다.
건축계 원로 학자는 “세계유산의 보존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며 “종묘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는 개발은 신중히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양측의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고시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변경 내용을 토대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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