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계유산 종묘 앞 ‘최고 41층 빌딩’ 허용…국가유산청 “깊은 유감”

본문

bt3cf9d523ac5b1040d2913bbc79ab386a.jpg

지난 4월 약 5년 간의 보수 작업을 마치고 새단장해 개방된 종묘 정전의 모습. 종묘는 조선 역대 왕과 왕비 등의 신주(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신 제례 공간으로 1995년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뉴스1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宗廟) 인근의 세운4구역에 최고 높이 145m(아파트 41층 규모)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길이 열린 데 대해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유감 표명을 했다.

서울시, 세운4구역 재정비 계획 일방 변경 #최고 145m 빌딩이 종묘 경관 해칠 우려 #국가유산청 "유네스코 유산 가치에 부정적"

국가유산청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가 종묘 인근에 있는 세운4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을 유네스코에서 권고하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변경 고시한 데 대하여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시보에 고시하면서 재개발 후 구역 내 건물 최고 높이를 당초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변경했다. 북쪽으로 종묘, 남쪽으로 청계천과 연접해 있는 세운4구역의 높이 기준이 변경되는 건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논란이 된 ‘높이 제약’에 대폭 변화를 줘 재개발 계획에 탄력을 받게 됐다.

bt3377394e210175a9a6197e7a69bb3b18.jpg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일대. [연합뉴스]

문제는 이로써 종묘의 경관에 상당한 변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종묘는 한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가입 이후 처음으로 등재(1995년)된 세계유산으로, 독자적인 건축경관과 수백 년간 이어온 제례수행 공간으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유네스코는 ‘세계유산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을 명시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 측은 “2009년부터 서울시와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운4구역의 최고 높이 기준을 조정해왔고, (이제까지 협의된) 최종 높이 71.9m에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145m까지 대폭 상향 조정하는 변경 고시를 함에 따라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서울시에 기존 협의안(71.9m 이하)을 유지하고 유네스코 권고사항에 따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선행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하여 변경 절차를 추진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이번 변경 고시를 강행하였다”고 덧붙였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사업계획을 면밀히 살핀 후 문화유산위원회, 유네스코 등과 논의하면서 국내·외적 조치들을 검토하는 한편, 서울시와의 소통도 지속해간다는 입장이다.

종묘 전체는 사적이며, 중심 건물인 정전(正殿)은 국보, 부속 건물인 영녕전(永寧殿)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세운4구역은 종묘로부터 약 180m 떨어져 있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서울 기준 100m) 바깥에 해당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지정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하는 구역으로, 유산의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서 시·도지사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정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 5항은 거리상 보존지역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판단에 따라 공사 인허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은 사업시행인가에 앞서 거치게 되는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의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 2018년 55∼71.9m 높이 기준이 정해진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문화재 주변 지역 규제 축소를 본격화하면서 지난 2023년 서울시의회 결정으로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국가유산청은 조례 개정 논의가 상의 없이 이뤄졌다며 대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종묘 뿐 아니라 숭례문·덕수궁 등의 주변 개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문화유산의 고유한 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 적절한 대응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02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