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살인의 추억' 이춘재 전처 31년만의 고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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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고등학교 졸업사진(왼쪽)과 2019년 공개된 모습. 사진 연합뉴스·SBS ‘괴물의 시간’ 캡처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군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의 전처가 31년 만에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다큐멘터리 ‘괴물의 시간’에서는 이춘재의 전처 A씨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1992년 A씨와 결혼한 이춘재는 1994년 A씨의 여동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복역 중이던 2019년 연쇄살인의 진범으로 특정됐다.
A씨는 인터뷰에서 “제가 억울한 것도 있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다”며 “그런다고 죽은 동생이 살아나지도 않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도 나를 원망한다. 나보고 ‘네가 그 사람(이춘재)을 만나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한다”며 “나도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예쁘게 살았을 것 같다.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왜 안 죽였을까’ 생각을 해봤다”며 “경찰이 ‘아이의 엄마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A씨는 이춘재가 자신이 세운 생활의 규칙이 어긋날 때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며 돌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사람 루틴이 있는데 저는 거기에 맞춰 움직였다”며 “루틴이 어긋나거나 뜻대로 안 되면 눈빛이 바뀌며 저한테 화풀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눈빛이 돌변하는 순간이 있다. 지금도 소름 끼친다”며 “그러면 절대 건들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 SBS 다큐멘터리 ‘괴물의 시간’ 캡처
A씨는 결혼생활 중 이춘재에게 이유 없이 폭행당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이춘재가) 이유 없이 저를 때리고 있었는데 아이가 자다 깨서 기저귀 바람으로 나왔고 아이는 엄마가 맞고 있으니까 아빠를 말리려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그 사람이 쳐서 아기가 떼구루루 굴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보고 어떤 엄마가 가만히 있나”라며 “대들었다가 주먹을 정면으로 맞았다. 그 와중에 병 주고 약 주더라. 멍 빨리 없어진다고 그 사람이 약도 사다 줬다”고 했다.
A씨는 이춘재로부터 도망쳤을 때도 떠올렸다. 그는 “문을 안 열어줘서 친구 집에서 자고 왔는데 자꾸 가출이라고 하더라”라며 “한겨울에 문을 걸어 잠그더니 옷을 다 벗으라고 했다. 그리고 창문을 다 열고선 거실 가운데에 무릎 꿇고 앉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속옷만 입고 있어서 추워서 팔로 가리려고 하니까 뒷짐을 지라고 했고 이춘재는 잠바 입고 이불 뒤집어쓰고 안방에 앉아서 절 지켜봤다”며 “새벽이 돼서야 이춘재가 문을 닫고 잤고 맨발로 친정에 갔다. ‘어쩌면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싶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때 제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동생이 살지 않았을까 수없이 생각했다”며 “천사 같았던 동생이 죽은 게 나 때문 아닐까, 그냥 내가 죽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며 오열했다.
이춘재는 1986년 9월∼1991년 4월까지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살인과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 1989년 7월 화성 초등생 실종,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 등 사건 등 4건의 살인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2019년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자백했다.
살인 말고도 34건의 성범죄 또는 강도 행각을 벌였다고 털어놨으나 피해자 진술 등을 확보한 9건을 제외한 다른 사건들은 송치 대상에서 빠졌다.
이춘재가 자백한 23건의 사건은 모두 혐의가 인정되나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 명백해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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