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문화 굴기 노리는 중국의 고민…막장 숏폼 드라마 규제해?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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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숏폼드라마 스튜디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나날이 높아지는 중국산 숏폼드라마의 인기에 중국 규제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자라난 숏폼드라마를 검열 대상으로 둘 건지, 문화 굴기의 수단으로 볼 건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숏폼드라마는 한 편당 2분 내외의 초단편 드라마다. 주로 불륜, 출생의 비밀, 부패 권력과의 결탁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다. 남녀 간 신체접촉 수위도 기존 중국 작품들보다 훨씬 높게 그려진다. 그동안 소위 ‘막장 드라마’를 검열해 온 중국에서 숏폼드라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숏폼드라마가 규제를 피할 수 있었던 건 낮은 제작비 덕분이다. 제작비가 100만 위안(약 2억원)이 넘는 작품은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되지만, 숏폼드라마의 평균 제작비는 30만 위안(약 6000만원) 수준이다. 대중매체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중국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홍콩 컨설팅기업 초잔의 에슐리 두다레녹 최고경영자(CEO)는 “(숏폼드라마는) 내용을 이해할 필요 없이 도파민을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숏폼드라마를 저속한 주제로 간주하고 경고해왔다. 최근 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은 “숏폼드라마가 당국이나 플랫폼에서 심사를 받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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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숏폼드라마 플랫폼 '드라마박스' 메인 화면. 사진 드라마박스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문화 굴기를 꿈꾸는 중국이 급성장하는 시장을 섣불리 규제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중국 숏폼드라마 시장은 686억 위안(약 13조7880억원) 규모로 영화 시장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숏폼드라마의 인기는 해외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중국 COL그룹의 릴쇼트(ReelShort)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을 개척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중국 제작사들은 과열된 국내 경쟁을 피해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숏폼드라마의 경제적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FT는 전용 스튜디오가 지어지면서 침체했던 중국 건설 경기가 되살아나는 파생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숏폼드라마는 제작 기간을 줄이기 위해 이동 동선을 최소화한 전용 스튜디오를 짓는다. 보통 축구장 1개 크기인 스튜디오에는 경찰서부터 병원, 은행, 사무실, 개인용 제트기까지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곳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 중국 남부 지역인 저장성, 광둥성 등엔 이런 스튜디오가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제작자들은 당국이 영화나 드라마보단 앞으로도 숏폼 드라마 규제가 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시나리오 작가는 “종교나 정치 같은 주제만 피하면 (숏폼드라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중국 정부가) 기뻐할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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