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한국의 대중 적자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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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국학회 추계 학술회의가 지난 31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전환기의 중국학: 관찰과 통찰’을 주제로 개최됐다. 중국연구소
현대중국학회(회장 은종학 국민대 교수) 추계 학술회의가 지난달 31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전환기의 중국학: 관찰과 통찰’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1개의 전체 세션과 경제·정치사회·콘텐트·산업기술·신진 등 6개 분과 세션으로 진행됐다. 지난주 경주에서 있었던 경주APEC정상회의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이슈로 이날 학술대회에는 약 200여명의 참가자가 모여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트럼프·바이든 이어진 무역 압박, 한중 교역 구조 흔들었다
이날 경제 세션에서는 김동현 연세대 글로벌인재대학 국제통상학 교수가 미·중 무역이 한·중 무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김동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가 2023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배경에는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202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 수입이 급증한 건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고율 관세 정책이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지난 달 31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있은 현대중국학회 추계 학술회의 경제세션에서 김동현 연세대 교수가 주제를 발표하고 있다. 중국연구소
김동현 교수는 '중국 해관 총서'의 데이터를 활용해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의 대(對) 한국 수출 변화를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단계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한 2018년 이후 해당 품목군에서 한국으로의 중국 수출이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이후 증가 폭이 커지면서 한국의 대중 수입 적자 확대와 궤를 같이했다.
연구 결과 수입이 늘어난 품목은 가공 무역이 아닌 일반 무역 제품이었으며 기술 집약적 산업보다 노동 집약적 저부가가치 제품이 중심이었다. 김 교수는 “이는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산 저부가 제품이 한국으로 유입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 시장 점유율 하락 이후 베트남·멕시코 등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아세안 시장으로 수출 다변화를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한·중 간 공급망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반도체 등 첨단 중간재 중심의 교역이 줄고 소비재 중심의 수입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김 교수는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단기 현상이 아니라 미·중 경쟁이 고착화된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의 구조적 결과”라며 “한국 기업이 새로운 수입 구조와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적 연속성과 그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짚었다. 그는 “트럼프 1기에서 시작된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이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트럼프 2기까지 이어지며 사실상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절이 아닌 ‘연속된 충격’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한국 무역 구조에 미친 누적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고(高)관세 부과,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첨단기술 통제, 트럼프 2기의 추가 관세 강화 등은 서로 다른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같은 방향의 압박 정책이라는 점을 짚었다. “서로 달라 보이지만 본질에서는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며 이 정책 연속성을 전제로 한중 무역 및 기업 대응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연구는 학문적 분석뿐만 아니라 기업의 실무 대응과 정부의 산업·통상정책 수립에 모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있은 현대중국학회 추계 학술회의에서 은종학 국민대 교수가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다. 중국연구소
이날 전체 세션에서는 조영남 서울대 교수가 시진핑 집권 3기의 중국 정치 평가를 통해 주요 정책의 연속성과 변화 등을 설명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제기하는 경제사적 이슈들을 짚었다. 최진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 실용 외교의 조건과 전망'을, 이욱연 서강대 교수는 시진핑 시대 ‘중국식’의 사회 문화 양상과 한국 중국학의 사상 과제로서의 ‘중국식’을, 은종학 국민대 교수는 안미경중을 대신할 세 개의 삼각형 모델 제안을 주제로 다양한 의제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갔다.
1994년 비공식 연구모임 “중국연구회”로 시작한 현대중국학회는 올해로 스무해를 맞이했다. 학회는 학자들 간의 교류를 통하여 학문의 발전을 도모하고 동시에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중국 관련 각종 정책의 입안, 자문 등 국내의 모든 중국 관련 분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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