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다 없는 사막에도 원전 짓는다…中, 세계 최초 토륨 원자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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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중국 간쑤성 북서부 우웨이시 민친현에 자리한 상하이응용물리연구소(SINAP) 우웨이 캠퍼스에서 촬영된 공중 드론사진. 중국은 토륨 용융염 원자로(TMSR)에서 사상 최초로 토륨을 우라늄 핵연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SINAP가 1일 발표했다. 신화통신

중국이 바다 없는 간쑤(甘肅)성 고비 사막에 건설한 토륨 용융염(鎔融鹽) 원자로에서 세계 최초로 토륨을 우라늄 핵연료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 중국이 실험한 원자로는 토륨을 ‘고온 액체 상태인 소금’(용융염)과 함께 원자로에 주입해 핵분열을 일으켜 발전을 하는 원자력 시스템이다. 용융염이 냉각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바다 곁에 원자로를 짓지 않아도 된다. 서방에서는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포기한 최신 원자로 시스템 개발에 중국이 성공한 것이다.

중국과학원(CAS)은 지난 1일 고비 사막의 토륨 용융염 실험로(TMSR, Thorium Molten Salt Reactor)에서 토륨을 용융염 원자로에 주입해 세계 최초로 실험 데이터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관영 신화사는 “우라늄 광석 대신 토륨을 연료를 사용하는 세계 유일의 가동형 용융염 원자로”라고 보도했다.

토륨(원소기호 Th)은 방사능이 낮은 은색 금속으로 자연 상태에서는 암석 안에 존재한다. 중국의 매장량으로 따지면 10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금속이라고 한다. 토륨 자체는 핵분열을 일으킬 수 없지만, 토륨의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핵분열성 우라늄-233으로 변환시키는 게 토륨 용융염 원자로의 핵심 기술이다. 내륙에도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고, 우라늄 원자로보다 더 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방사성 폐기물 역시 적고 안전성도 더 높다고 한다. 이 때문에 4세대 첨단 원자력 시스템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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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중국 간쑤성 북서부 우웨이시 민친현에 위치한 중국과학원 상하이응용물리연구소(SINAP) 우웨이 캠퍼스에 실험용 토륨 용융염로(TMSR)의 연료 주요 구성 요소들이 전시되어 있다. 중국은 토륨 용융염 원자로(TMSR)에서 사상 최초로 토륨을 우라늄 핵연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SINAP가 1일 발표했다. 신화통신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에 비유되는 토륨 용융염 원자로지만, 실제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는 여러 기술적 난관이 존재한다. 토륨을 우라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섬세한 제어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65년에 테네시주 오크리지 국가실험실에 용융염 실험로를 건설하고서도 기술적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결국 연구를 포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2011년 ‘미래 첨단 핵분열 에너지’ 선도 프로젝트로 선정해 100여개 연구소·대학·산업체를 참여시켜 핵심 소재와 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중국이 이번에 토륨 용융염 원자로의 주요 실험에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원자력 발전의 환경 자체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존의 원자력 발전소는 냉각재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많은 물이 필요하다. 물이 풍부한 바닷가에 원전을 건설하는 이유다. 물이 고갈되면 원자로 노심이 과열되어 녹아내릴 수 있다.

반면 토륨 용융염 원자로의 내부에서 순환하는 재료는 물이 아닌 액체 상태의 소금이다. 용융염은 핵연료의 운반체 역할을 하면서도 600~700℃의 고온에서 안정적인 액체 상태에 있다. 외부의 물 공급이 필요하지 않아 토륨 용융염 원자로는 부지 선정이 까다롭지 않다. 냉각 실패로 인한 안전 위험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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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중국 간쑤성 북서부 우웨이시 민친현에 자리한 상하이응용물리연구소(SINAP) 우웨이 캠퍼스에서 연구원들이 환경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토륨 용융염 원자로(TMSR)에서 사상 최초로 토륨을 우라늄 핵연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SINAP가 1일 발표했다.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신화사에 “토륨 용융염 원자로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가압경수로와 달리 고온의 액체 용융염을 냉각재로 사용하므로 거대한 압력 용기나 냉각을 위한 다량의 물이 필요 없다”며 “핵연료를 ‘고온의 소금’에 넣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리칭위안(李晴暖)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 부소장 역시 “토륨 용융염 원자로는 원자로를 멈추지 않고도 연료를 재장전할 수 있어 연료 활용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방사성 핵폐기물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원자로를 지하에 건설하고 완벽한 차폐 시스템을 갖출 수 있고, 일반 대기압 상태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폭발 위험도 없다”고 과기일보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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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륨 기반 용융염 실험로 본체. 중국과학원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실험 원자로→연구 원자로→시범 원자로의 3단계 전략을 통해 개발 추진 중에 있다. 이번에 성공한 원자로는 실험적 성격 때문에 용량이 2㎿(메가와트)에 불과하지만, 다음 단계에선 2035년까지 100㎿급 토륨 용융염 원자로 시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중국에선 벌써부터 산업·군사적 전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의 국영 선박업체 장난(江南) 조선소는 2023년 세계 최초로 핵동력 컨테이너선 설계를 발표하면서 용융염 원자로를 채용했다. 핵추진 항공모함에 채택할 계획이라는 보도 역시 나오고 있다. 대형 항공기나 달 기지 등에 대한 군사적 전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토륨(Th) = 은백색 금속으로 자연 방사성 원소이자 독성 원소다. 화합물 형태로 광물 안에 존재한다. 보통 희토류 금속과 연결되어 있다. 1750℃에서 녹고 4790℃에서 끓는다. 중성자 폭격을 통해 우라늄 233을 얻을 수 있는 잠재적 핵연료다. 토륨은 고강도 합금, 가스등의 백열망, 자외선 광전튜브 등 제작에 사용된다. 중국은 70% 이상의 우라늄 자원을 수입해야 하며, 전 세계에 매장된 우라늄 자원은 70년 안에 고갈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의 토륨 광물 매장량은 28만6000톤으로 인도 34만톤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의 토륨은 대부분 희토류 채굴 시 부산물로 핵연료 획득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희토류 채굴의 활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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