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 방한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이 3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그 자체로 북한과 주변국에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공고함을 알리는 행보지만, 특별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지는 않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4일 한·미 군 당국 간 최고 협의체인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을 위해 이날 오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그는 방한 첫 일정으로 안 장관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오울렛 초소(OP)에서 JSA경비대대 한·미 대대장으로부터 작전현황을 보고받고, 판문점 내 회담장을 시찰하는 등 1시간가량 머물렀다. 오울렛 초소는 군사분계선(MDL)에서 25m 거리에 있는 최북단 초소다. 한·미 국방장관이 JSA를 찾는 건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방문 소감 등 취재진의 질의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안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헤그세스 장관이 “DMZ에서 한·미가 공동으로 수색작전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감명을 받았다. 공고한 연합방위태세를 구축하면서 작전하고 있는 것에 상당히 만족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또 “분단선이 일직선인 줄 알았는데, 계곡도 있고 숲도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한국의) 대성동 마을과 북한의 마을을 보며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4일 SCM에선 동맹 현안이 포괄적으로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를 목표로 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에서 진전을 볼 여지도 있다. 이는 동맹의 자체 방위 능력을 키우고, 인도·태평양 주둔 미군은 중국 견제에 보다 집중하도록 역할을 변경하려는 미국의 기조와 들어맞는 부분이 있어서다.

SCM에 앞서 양국 합참의장이 주관하는 제50차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도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개최됐다. 진영승 합참의장과 존 대니얼 케인 미 합참의장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진행된 연간 평가 중 많은 부분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고 공감”했다.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SCM에선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한국의 핵(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나 한국의 국방비 증액 등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SCM 이후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한다. 핵잠 도입을 비롯해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