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선전까지 날아왔으면" 시진핑 반한 나비, 그 뒤엔 유홍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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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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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1일 APEC 정상회의 본행사 공식 폐막 후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의장직을 인계받은 뒤 준비한 원고엔 없던 만찬 공연의 테마 ‘나비’를 화두로 꺼냈다. 시 주석은 “만찬 장소에서 나비가 날아다녔는데 참 아름다웠다”며 “이 대통령이 제게 ‘내년에 나비를 이렇게 아름답게 날리실 것인가요’라고 질문해 여기의 이 아름다운 나비가 (차기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중국의) 선전까지 날아와 노래까지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전날 갈라 만찬에서 정상들 머리 위를 날아다닌 나비 로봇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나비는 21개 회원국의 연결을 상징하는 경주 APEC의 엠블럼이다.

APEC 갈라만찬 문화공연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문화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2025.10.31 xxxxxxxxxxxxxxx (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시 주석이 감탄한 나비 로봇은 노란 바탕에 검정 줄무늬가 곁들어진 ‘산호랑나비’를 구현한 것이다. APEC 예술총괄을 맡은 양정웅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다고 한다. 양 감독이 단순한 나비 도안을 제안하자 유 관장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나비를 구체적으로 재현하는 게 어떻겠나. 국립제주박물관이 ‘나비 박사 석주명 특별전’을 열고 있는데 다녀오면 영감을 얻을 것”이라 조언했다. 양 감독은 이 전시에서 여러 나비 표본을 살핀 뒤 석주명 박사가 ‘산호랑나비’라 이름 붙인 나비를 구체적으로 본뜨기로 했다. 양 감독은 통화에서 “우리나라 전역에 가장 많이 분포해 민초의 의미를 담고 또 신라의 황금 빛을 표현할 수 있어 선택했다”고 했다. 산호랑나비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한 남계우 화백의 화접도에서도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APEC 구석구석을 장식한 문화적 디테일 상당수가 유 관장 손길을 거쳤다. 각국 정상들에게 제공된 ‘한국 예술사 개론서’(A short history of Korean art)란 85페이지 분량 영문 소책자는 유 관장이 집필했다. “한국 예술 관련 각종 영문 브로슈어를 죄다 살폈지만 다 변변찮다. 급박한 부탁이지만 관장님은 하실 수 있지 않느냐”는 APEC 준비위원장 김민석 국무총리의 주문을 받아들인 결과물이다. 유 관장이 지난 9월 출판한『외국인을 위한 한국 미술사』를 두 달 만에 압축해 만든 이 책은 향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판매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김혜경 여사가 주최한 영부인 오찬을 서울 종로구의 ‘미셸린 가이드 원스타’ 온지음 레스토랑 조은희 쉐프에게 맡기는 과정에서도 김 총리와 유 관장은 함께 발품을 팔았다. 이미 60일 치 예약이 꽉 차 있어 온지음에서 식사가 어렵자 유 관장이 따로 부탁해 같은 빌딩의 세미나실에서 지난 9월 시식회를 진행했다. 김 총리와 이 대통령의 오찬이 예정된 날이었지만 유 관장이 “힘들게 마련한 기회인데 선약을 땡땡이치라”고 설득해, 김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7월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스1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국제 행사 기획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두 사람이 서울대 운동권 선후배 사이로 오래 인연을 이어온 데다 김 총리가 유 관장의 문화적 식견을 깊이 존중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2일 페이스북에서 “문화부 장관, 유홍준 관장님, 양정웅 감독, 돌고래유괴단장 등 수고하신 분들과 내일(3일) 마무리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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