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재무장 움직임 덕에 국내 방산기업들이 3분기에도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과거의 ‘단순 완제품 납품’형 수출에서 벗어나 현지 조립과 기술 이전, 장기 정비 계약(MRO) 등을 포함한 ‘패키지 수출’로 수출 구조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의 방산 중간지주사 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일 연결 기준 매출 6조4865억원, 영업이익 856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7%, 영업이익은 79% 증가했다. 지상 방산 부문에서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 주력 무기 수출이 늘었고, 국내 정찰차·대공포 양산 확대도 실적에 기여했다. 항공우주 부문 역시 정비·유지·보수(MRO) 수요 확대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로템도 분기 기준 최대 성과를 올렸다. 3분기 매출은 1조6196억원, 영업이익은 2777억원, 순이익은 198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8.1%, 영업이익은 102.1% 늘었다. 특히 폴란드와의 K2 전차 2차 수출 계약(65억 달러)이 반영되면서 방산 수주 잔고는 10조원을 넘어섰고, 철도 포함 전체 수주 잔고는 29조6088억원에 달했다.

6일 발표를 앞둔 LIG넥스원도 중동·동남아 수출 호조로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완제기 납품 일정 일부가 지연되면서, 해당 매출이 4분기로 이연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실적을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K-방위 산업의 체질을 바꿀 적기라고 조언한다. 과거처럼 단순 납품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은 “예전에는 계약 체결 자체가 성과였다면, 이제는 계약후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 설계가 중요해졌다”며 “K-방산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업계 전반에선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출 계약은 대부분 현지 조립(CKD), 기술 이전, 운용 교육, 장기 정비 계약(MRO) 등 다양한 부가 사업을 포함한 ‘패키지형 수출’ 형태가 많다. 대표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한화시스템 등 국내외 자회사들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지상 전력(전차·자주포), 해상 전력(잠수함·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항공우주 전력(엔진·위성체계)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올인원 솔루션’으로 수주에 나선다. 여기에 현지 조립라인 설치와 기술 이전, 교육훈련 패키지 등을 맞춤형으로 제안한다.

특히 중동과 유럽 등 고부가 시장에서 단가 경쟁보다 기술력과 종합 운용 능력을 앞세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제는 무기를 파는 게 아니라 신뢰를 수출하는 시대”라며 “끝까지 함께 가는 파트너십이 해외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현대로템 역시 철도·방산 부문을 연계한 복합 수주 전략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중이다. 현지 생산 인프라 구축, 장기 정비 계약, 부품 공급 체계 마련 등으로 파트너십 모델을 진화시키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 구매국들이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전략적 ‘공동 운용자’로 접근한다”며, “K-방산도 기술만이 아니라 사고방식까지 글로벌 표준에 맞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