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韓청소년, 동아시아 비만 1위…부모부터 당장 '이것'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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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성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소아청소년 비만율 1위다. 청소년기 비만은 단순한 체중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이 일찍 생겨 건강 수명을 갉아먹는다. 외모 등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져 정서 불안, 대인관계 위축 등 심리적인 문제까지 야기한다. '키가 크려고 살이 찐 거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며칠 굶으면 살이 빠진다'는 식의 접근은 올바른 비만 치료를 방해할 뿐이다. 대한비만학회 청소년위원회의 전문가 5명과 함께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청소년 비만 사각지대를 조명하고 극복 방안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청소년 비만 SOS]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체격에 맞는 적정 체중(건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체중도, 과체중도 모두 위험하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은별 교수는 "사춘기 등 신체적 변화가 심한 12~18세 청소년은 과체중이어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초·중·고등 학생 3~4명중 1명은 과체중 ·비만인 상태다. 사춘기 등으로 신체적 변화가 심한 청소년은 과체중이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성장기인 소아청소년은 성인처럼 일괄적으로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은 성별·나이별 성장 도표를 활용해 'BMI 백분위'로 비만 여부를 판단한다. A와 B 두 아이의 체중이 1년간 똑같이 5㎏ 늘었어도 A는 키가 5㎝ 자랐고, B는 10㎝ 자랐다면 체질량지수 백분위 계산이 매번 달라진다. 가정에서 정확한 수치 확인이 어려운 이유다.
같은 성별·나이대 아이들 가운데 BMI가 상위 15%에 들면 과체중(비만 고위험군), 상위 5%면 비만으로 본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초·중·고등학생 3~4명 중 1명은 과체중·비만인 상태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용희 교수는 “해가 갈수록 청소년 비만이 증가하고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으로 생활 습관이 망가지고 만성질환으로 건강 상태가 나빠진 후에 부랴부랴 진료를 받는다.
무작정 식사량 줄이는 체중 감량은 피해야
과체중은 병적 비만으로 진입하기 직전에 도움을 요청하는 구조 신호다. 어릴수록 파급력이 큰 비만은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운동·행동 치료를 포함한 포괄적 생활습관 교정이다. 원주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용혁 교수는 “이때부터 의료진이 개입해 영양 상태를 점검하고 운동량을 늘리는 생활습관 교정 중심의 전문적 비만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기에 무작정 식사량을 확 줄이는 식으로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건 독이 될 수 있다. 근육량이 줄면서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결국 요요 현상을 겪기 쉽다. 청소년 비만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건강 체중 유지’다. 이는 체중계 숫자를 줄이거나 작은 사이즈 옷을 입게 되는 것과 다른 개념이다. 옷 사이즈 변화 같은 외적 변화만 추구하면 뼈말라 같은 극단적 저체중에 빠질 수 있다. 영양 결핍으로 성장이 더뎌지거나 섭식 장애 등 정서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치료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 개인별 상태에 따라 음료, 과자 등 가공식품 섭취만 제한해도 충분한지, 운동량은 어느 정도 늘리면 충분한지 등 담당 의료진과 구체적으로 실행 전략을 세우고 수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 고혈압·당뇨병 같은 비만 합병증이 생기지는 않았는지도 살핀다. 소아청소년은 만성질환 진행 속도가 빨라 비만 합병증 위험도가 더 높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입시 위주의 사회 분위기, 체육 활동 감소, 가정 밖 음식 비중 증가 등 사회 구조적 문제로 나타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1
소아청소년 비만은 저렴한 가공식품 섭취, 가정 밖 음식 비중 증가, 입시 위주의 사회 분위기, 체육 활동 감소 등 사회 구조적 문제로 생기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은구 교수는 “음식을 절제 하지 못한다거나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은 비만으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고통을 더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온가족이 생활습관 바꿔야
나날이 심각해지는 청소년 비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부모와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에겐 체중 관리를 강조하면서 정작 부모는 야식을 즐기거나, 아이에겐 신체 활동을 늘리라고 말하면서 가족 구성원은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반감을 갖기 쉽다. 가족이 함께 건강관리에 나서야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정·학교·지역 사회에서 일상 속 생활습관 교정을 돕는 프로그램을 청소년까지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다. 성장기 소아청소년은 식이, 영양 교육, 운동 등에 대한 교육만으로 성장하면서 비만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 보건 교육 등에서 건강 체중 개념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열악한 국내 청소년 비만 치료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보건소, 1차 의료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에 소아청소년은 제외돼 있다. 이들도 관리 대상에 포함해 스스로 체중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행동 변화로 비만에 대한 부정적 낙인을 없애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초고도 비만이더라도 비만 치료의 경우 환자가 치료비를 부담하는 비급여로 진료 받아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예컨대 주사로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삭센다(하루 1회)·위고비(주 1회) 같은 비만치료제는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소정 교수는 “소아청소년이 비만 동반질환으로 중증도가 높아진 상태가 되어서야 대학병원을 찾기 전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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