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워졌던 노래 세 곡과 함께…올해는 고향서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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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 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쓰임이 다한 헬퍼봇 ‘클레어’(왼쪽)와 ‘올리버’간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NHN링크]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2060년 즈음 서울 어딘가의 아파트가 배경이다.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쓸모가 다한 ‘헬퍼봇’의 거주지다.  ‘클레어’가 충전기를 빌리기 위해 ‘올리버’ 집의 문을 두드리며 공연은 시작한다.

처음에 성격이 달라 삐걱거린 둘은 충전기를 주고받으며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가며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낯선 느낌에 “우린 자율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게 프로그래밍돼 있다”라며 둘 모두 애써 부인하지만, 결국 사랑이란 걸 깨닫는다. 하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헬퍼봇에게도 영원한 건 없다. 끝이 보이는 결말 속에 헬퍼봇들은 처음 경험하는 감정의 고통을 겪는다.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기념 공연이 지난달 30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막을 올렸다. 2016년 초연한 이 작품은 무대에 설 때마다 ‘헬 티케팅(지옥같은 표 구하기 전쟁)’을 유발하는 작품이었다.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한 뒤 다시 한국을 찾은 이번 작품은 예상대로 전석 매진이다. 티켓이 오픈 된 다음 달 7일까지의 공연 표는 모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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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애런슨

이 작품의 음악을 만들고 박천휴(42)와 함께 극본을 쓴 윌 애런슨(44)은 “첫 공연을 올린 지 10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우리의 놀라운 여정에 함께해준 관객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0주년 공연을 맞아 중앙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어쩌면 해피엔딩’과 같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건, 관객들이 우리 작품을 따뜻하게 안아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창작의 시작은 박천휴가 애런슨에게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e메일로 보내면서였다. 애런슨은 “휴(hue·박천휴의 영어 이름)는 ‘외로운 로봇이 한밤중 지하 주차장에서 트롬본으로 혼자 재즈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묘사했다”며 “‘이 외로운 로봇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애런슨은 “이 작품은 순수한 열정에서 출발했고, 진심으로 탐구하고 싶은 감정과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며 “그 진정성이 관객에게 전해진 게 아닐까”라고 답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클래식을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뮤지컬 음악을 공부한 애런슨은 뮤지컬 ‘마이스케어리 걸’(2009년)을 시작으로 한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일 테노레’(2023년), ‘고스트 베이커리’(2024년)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애런슨은 “한국에서 일하는 게 정말 즐겁다”라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음식, 언어와 열정적인 관객들,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풍경까지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했다.

이번 10주년 공연의 큰 줄거리는 미국 프로덕션과 유사하지만 ‘넘버’에는 변화가 있다. 미국 공연에서 삭제된 세 곡의 넘버를 한국 공연에서 들을 수 있다. ‘퍼스트 타임 인 러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 등이다. 애런슨은 “미국 작품 버전에서는 이야기 압축을 위해 한국 공연에 있던 세 곡을 다른 두 곡으로 대체했다”며 “한국 공연에서 그 세 곡을 다시 들을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공연은 내년 1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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