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멸종위기 산양 1000마리 떼죽음…'1630㎞ 죽음의 울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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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일 강원도 설악산 지역 도로가에서 발견된 산양.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산을 내려왔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펜스 앞에서 멈춰섰다. 사진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재작년 겨울철 산양 집단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용 울타리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철거된다. ASF 바이러스 확산세가 진정된 데다가, 서식지 단절 등 울타리로 인한 생태계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4일 방역효과는 유지하면서 생태영향은 줄이는 방향으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광역울타리 관리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SF 차단 광역울타리는 2019년 9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ASF가 발생한 이후 총 1630㎞ 구간에 설치됐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역할을 했지만, 장기간 울타리가 유지되면서 생태계 단절과 노후화로 인한 관리비용 증가, 지역주민의 통행 불편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특히, 2023년 겨울철을 전후로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산양이 1000마리 넘게 생명을 잃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023년 1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총 1022마리의 산양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겨울 폭설로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산양이 울타리에 가로막혀 이동이 제한되면서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설악산 등 136㎞ 울타리 내년 우선 철거

ASF 차단 광역울타리 설치 현황과 처리 계획.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3단계에 거쳐 울타리를 단계적으로 철거하기로 했다. 우선 설악산·소백산 국립공원 등에 설치된 136.6㎞ 길이의 울타리는 내년부터 1단계로 철거한다. 이곳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데다가, 산양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이다.
2단계 철거 구간(235.7㎞)은 법정 보호지역내로 생태계 연결성이 높고, 감염 멧돼지 통과 확률은 낮은 지역으로 2027년 이후 철거를 추진한다. 3단계 중장기 철거 검토 구간(636.5㎞)은 ASF 방역상황과 1~2단계 철거한 구간의 현장조사결과 등을 종합해 철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울타리 철거 결정에는 ASF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야생멧돼지 ASF 검출 건수는10월 말 기준 55건으로 전년(719건) 대비 7.6%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는 다만, 양돈농가 밀집 지역과 충남·전남·경남 등 ASF 비발생지역에 설치된 621.2㎞ 길이의 울타리는 최후의 바이러스 방어선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김태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는 차단 방역 기능은 유지하면서 생태적으로 중요한 구간의 울타리는 단계적으로 철거해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과학기술(AI)과 현장 중심의 관리로 방역과 생태가 균형을 맞춘 새로운 관리의 본보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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