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문·시·비평 뒤섞인 포맷…파편화된 내 모습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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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 타인 응우옌은 자신의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소설가다.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 온 ‘보트피플’ 출신이다. [사진 민음사]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54)의 소설 『동조자』(2015)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수용소에서 자백을 시작하는 화자 ‘나’는 프랑스·베트남 혼혈이자, 이중간첩이다. 소설은 출간 이듬해인 2016년 응우옌 작가에게 퓰리처상을 안겼고,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HBO 드라마로 제작됐다.

주인공과 작가는 닮아있다. 응우옌 역시 성실한 이민자로 살아온 부모를 둔 ‘베트남인’이자, 미국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미국인’이기 때문. 소설의 첫 문장에 등장한 ‘두 얼굴의 남자’가 응우옌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제목이 된 건 필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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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남자』 표지. [사진 민음사]

에세이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4일 오전 작가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나의 삶보다 전쟁, 기근, 난민 생활을 겪은 부모님의 이야기가 더 드라마틱하다”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쓰려 했다”고 했다. “전쟁과 식민지배의 경험이 있는 사람과 가정의 기억은 파편화되어 남는 것 같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문, 시, 비평이 뒤섞인 포맷을 고른 것은 이런 내 모습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해방감을 느끼며 썼다.”

책은 응우옌의 기억 조각을 무작위로 담은 상자 같다. 그는 본인 가족만의 역사를 담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주관적인 경험을 통해 미국 내 이민자들의 공통 경험을 상기시키고, 이민의 역사가 길어지며 뒤섞인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직면한다.

소설에서 보여줬던 풍자적 서술도 여전하다. “블랙 유머(black humor)는 생존의 필수 요건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전쟁같이 무거운 경험을 문학에서 가볍게 만들어내는 것은 (읽는 이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풍자 대상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문제다. 에세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로 표기한 것도 현재 미국 사회의 검열 문제를 풍자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정치적이면서도 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은 『동조자』, 『헌신자』로 이어지는 ‘동조자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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