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선거 참패 회초리 맞고도…트럼프 "투표지에 내 이름 없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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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이 4일(현지시간) 2곳의 주지사와 최대 도시 뉴욕 시장을 뽑는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지난해 11월 5일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누르고 4년만에 화려하게 백악관에 복귀한지 정확히 1년 만이다.

현지시간 4일 치러진 선거에서 뉴욕시장으로 당선된 민주당 조란 맘다니가 아내 라마 두와지와 함께 승리를 축하고 있다. 그는 최초의 무슬림 뉴욕시장이자, 최초의 인도계 뉴욕시장이다. AFP=연합뉴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앞세워 국경을 봉쇄하고 동맹국에게까지 무자비한 압박을 가해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년 뒤 치러질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고향에 인도·무슬림 ‘수퍼 진보’ 시장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와 함께 뉴욕시장을 선출한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뉴욕에선 조란 맘다니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지난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거물로 꼽히던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고, 본선에선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쿠오모와 공화당 커티스 슬리워 후보까지 참전한 3자 대결에서도 재차 승리했다.

현지시간 4일 치러진 뉴욕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조란 맘다니가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맘다니는 최초의 무슬림 뉴욕시장인 동시에 최초의 인도계 뉴욕시장이 됐다. 맘다니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이자, 미국의 ‘경제 수도’인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완전히 반대되는 공약을 내걸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의 공약은 뉴욕시가 임대료 관리 권한을 가진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 운행, 무상보육 확대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원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그를 좌파 포퓰리즘, 심지어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며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승산이 없는 자당 후보가 아닌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쿠오모를 지지하며 노골적 ‘반(反) 맘나디 전선’를 폈지만 당선을 막지 못했다.

뉴저지 공화당 주지사 후보 잭 치아타렐리의 선거 밤 모임에서 한 지지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자를 쓴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짙어진 ‘파란색’…여성 주지사 나란히 당선

민주당 에비게일 스팬버거 후보가 현지시간 4일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을 확정지은 뒤 연설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최초의 여성 버지니아주지사가 된다. 로이터=연합뉴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선 에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 윈섬 얼 시어스 부지사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최초의 여성 버지니아 주지사가 됐다. 부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소속 가잘라 하시미가 당선됐다. 미국 역사상 주정부 선출직에 무슬림 여성이 당선된 것은 하시미가 최초다. 법무장관 선거에서도 민주당 제이 존스 후보가 공화당 현역 장관을 눌렀다.
버지니아는 2008년부터 지난 대선까지 민주당 후보가 계속 승리하며 대표적 ‘블루 스테이트’로 불렸다. 그러다 2021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격차를 좁히며 공화당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민주당이 재차 버지니아 선거를 석권하면서 버지니아의 표심은 트럼프 당선 1년만에 재차 민주당 쪽으로 기울게 됐다.

미국 뉴저지주 민주당 주지사 후보인 미키 셰릴 하원의원이 4일(현지시간)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을 확정지은 뒤 호응데 화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선 민주당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공화당 잭 차타렐리 전 뉴저지주 의원을 누르고 당선되면서 뉴저지가 민주당 강세지역임을 재차 확인했다. 뉴저지는 1992년 대선이후 민주당이 계속 승리해온 곳이다.
트럼프 “내 이름이 투표용지에 없었기 때문”
참패 결과를 받아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트럼프가 투표용지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선거가 자신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란 평가를 부정했다. 선거에 패배한 또 다른 이유로는 “정부 셧다운이 선거에서 패배한 두번째 이유”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공화당 후보들이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에서 모두 패배하자 자신의 SNS에 ″투표 용지에 '트럼프'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SNS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공화당은 필리버스터를 폐지하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자정 기준으로 36일째로 접어든 셧다운을 종결하기 위해 의사규칙 변경을 통해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의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인 51명으로 낮추는 이른바 ‘핵 옵션’을 쓰라는 요구다. 상원의 전통적 협치 문화를 파괴하고 모든 안건을 일방처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더 나아가 “유권자 개혁법 통과, 유권자 신분증 의무화, 우편 투표 금지”를 언급하며 이번 선거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글까지 올렸다.

지난달 18일 미국 전역에서 동시에 진행된 '노킹스 집회' 당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오션 비치에 모인 시위대가 '왕은 없다'는 인간 현수막을 만들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을 끌어내기 위해 트럼프 정책을 비판하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중도층이 불편해 할 수 있는 문화적 의제보다 실생활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 결과 뉴욕에선 2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했다. 이는 1969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맘다니에 복잡해진 민주당…변수 부상 가능성
그러나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 내 분위기도 복잡하다. 스스로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의 강한 진보 색깔 때문에 내년 중간선거를 시작으로 차기 대선 때 ‘반(反) 트럼프 중도 빅텐트’ 전략을 펴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을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뉴욕)가 지난 9월 3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정부 셧다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AP=연합뉴스
실제 뉴욕을 지역구로 둔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결국 선거 당일까지 맘다니에 대한 지지 발표를 하지 않았고,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10월 말에서야 맘다니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했다.
특히 미국의 유대계 인사 중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선출직 공무원으로 스스로 ‘이스라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슈머 대표의 경우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주장하는 무슬림 맘다니를 처음부터 지지하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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