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잠든 마돈나 옆에서, 바스키아가 남긴 1000억 낙서…세기의 경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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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전시된 ‘왕이라 불린 에이원(A-One)’(1982). 동료 그라피티 아티스트 앤서니 클락의 초상이다. 바스키아는 친구에게 왕관을 씌워 거리의 왕으로 추앙했다. 2020년 필립스 경매에서 약 160억원에 팔렸다. 김종호 기자

이번 전시 보험가액이 총 1조4000억원 정도다. 보험사에서 ‘여태껏 한국에서 열린 모든 전시 중 최고가’라더라. 그만큼 한 점 한 점 어렵게 빌려왔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을 기획한 이지윤 숨 프로젝트 감독의 말이다. 보험가액은 만에 하나 사고가 날 경우 보험사에서 전시 주최 측에 물어줘야 하는 금액을 뜻하며, 작품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바스키아 작품이 얼마나 비싸기에 그럴까. 또 바스키아 그림은 왜 비쌀까.

더중앙플러스|세기의 바스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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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최고가에 팔린 바스키아 '무제'의 낙찰자 마에자와 유사쿠. 사진 마에자와 유사쿠 트위터

2017년 5월 소더비 뉴욕, 바스키아의 1982년작 해골 그림 '무제'를 차지하려고 4명이 경합했다. 5700만 달러에 나온 그림이 1억 1049만 달러(약 1536억원, 수수료 포함)에 팔렸다. 미국에서 태어난 화가의 작품 중 최고가로,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마저 능가한 순간이었다. (이 기록은 2022년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Shot Sage Blue Marilyn)’이 깬다) 경매가 끝나자 그림의 새 주인이 트위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최대의 온라인 패션몰인 조조타운을 설립한 마에자와 유사쿠(50)다.

이 명작을 낙찰받았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쁩니다.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엄청난 흥분과 경의를 느꼈습니다. 이 경험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는 201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바스키아의 1982년작 뿔 달린 악마 그림 ‘무제’를 5730만 달러(약 796억원)에 사들이며 바스키아 경매 사상 신기록을 세웠는데, 1년 만에 스스로 기록을 경신했다. 마에자와는 2016년 구입한 ‘무제’를 2023년 8500만 달러(약 1182억원)에 팔았다. 이 그림은 바스키아 작품 중 지금도 경매가 3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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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장 미셸 바스키아의 '무제'(1982) 앞에 선 샤이엔 웨스트팔 필립스 경매 회장. 마에자와 소유의 이 그림은 약 1182억원에 팔렸다. AFP=연합뉴스

왜 바스키아일까. 이 ‘세기의 경매’ 당시 뉴욕타임스는 세 가지로 요약했다. 타고난 재능, 매력적 이력, 제한된 공급. 이 세 가지 재료의 연금술이다. ‘현대 미술의 커트 코베인’이라 할 비극적 신화도 한 몫 했다. 이토록 빨리 떠올라, 이토록 빨리 사라진 미술계 스타가 또 있을까. 사실 많은 이들이 바스키아가 스스로 벌어들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바스키아 작품으로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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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두 번째로 값비싸게 경매된 그림은 ‘이런 경우에(In this case, 1983)’, 2021년 5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9310만 5000달러(약 1294억원)에 팔렸다. 4위는 ‘장대한 풍경(나일강, 1983)’이다. ‘무제(흑인의 역사)’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작품으로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간직해 왔다.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한 바스키아 특유의 날카로운 비판이 살아 있는 명작이다.

상위 5점 모두 1982~83년의 작품이다. 이 시기 작품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다.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낼 곳이 없어 친구의 소파에서 잤고, 미술용품 살 돈도 없던 바스키아는 1980년 그룹전 ‘타임스스퀘어 쇼’에 참여한다. 1981년 갤러리스트 아니나 노세이는 자기 화랑의 지하 창고를 내주고, 캔버스 살 현금도 제공했다. 이듬해 화상 래리 거고지언은 LA에 있는 자신의 화랑에서 바스키아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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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뉴욕의 마돈나(왼쪽)와 바스키아. 사진 글렌 오브라이언

LA를 좋아한 바스키아는 거고지언의 집 근처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몇 달씩 머물렀다. 여자친구 마돈나도 함께했다. 자기 이름의 데뷔 앨범을 내기 전이었다. 마돈나는 “바스키아는 내게 ‘음악을 한다는 건 정말 행운이야. 음악은 어디서나 나오니까’라고 말하곤 했다. 내가 하는 일이 더 대중적이라고 생각한 거다. 자기 예술이 대중문화가 될 줄은 몰랐을 거다”라고 돌아봤다. (‘인터뷰 매거진’,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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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전시된 바스키아의 1983년작 '미술관 경비원(브로드웨이 붕괴)'.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72억원에 팔렸다. 김종호 기자

화제의 경매작들은 이번 ‘바스키아 특별전’에서도 만날 수 있다. 2013년 런던 크리스티에서 933만 7250파운드(약 172억원)에 낙찰된 ‘미술관 경비원(브로드웨이 붕괴, 1983)’, 2020년 12월 뉴욕 필립스 경매에서 1150만 달러(약 160억원)에 팔린 ‘왕이라 불린 에이원의 초상’(1982) 등이다. 뉴욕의 감성과 활기가 22세 바스키아의 손끝에서 경쾌하게 살아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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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7~9시 권근영 기자가 ‘바스키아 특별전’의 프라이빗 도슨트로 나섭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문 닫은 미술관에서 내밀하게 만나는 ‘나만의 바스키아-뮤지엄 나이트’ 추첨 신청 링크(https://forms.gle/F9aQBi8LoWPzRqgL9)로 이동합니다. 행사 참가비는 없지만, 바스키아 특별전'을 최저가에 볼 수 있는 'The Art 멤버십 패키지' 구매 독자들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11일까지 신청한 구독자 중 추첨, 당첨자들께 12일 개별 연락 드립니다.

미리 읽고 가는 바스키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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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있었다면 65세가 됐을 내 오빠 바스키아, 그는 항상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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