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애란·성해나를 ‘스크롤’ 하는 시대...20대가 이끈다, ‘전자책 동시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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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북리더기 '크레마'. 예스24,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한 전자책을 한 번에 모아서 볼 수 있다. 리디와 교보문고에서 내는 이북리더기도 있다. 사진 예스24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김은미(24)씨는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가 출간되자마자 전자책을 구매했다. 그는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집을 읽을 때 전자책을 주로 이용한다. 휴대가 간편한 데다, 요즘엔 종이책과 전자책이 동시 출간되는 경우가 많아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동시출간, 문학서도 ‘대세’ #전자책 독서율 1위는 20대(47.1%) #출판사 참여 주춤...구독제 정착은 아직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우모(25)씨는 리디의 구독 서비스인 리디셀렉트를 통해 독서를 한다.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20분간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읽는다”며 “웹툰처럼 곧장 몰입할 수 있고,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2025년 11월 첫주 기준 교보문고 소설 베스트셀러. 왼쪽이 종이책, 오른쪽이 전자책 베스트셀러다. 사진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이들처럼 전자책으로 문학을 즐기는 젊은 독자들이 늘면서, 출판계에서도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내는 ‘동시 출간’이 자리잡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종이책 판매 저하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전자책은 종이책과 몇 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발간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그 시차가 크게 좁혀지거나 사라졌다.
지난달 기준 25만부 판매를 기록한 『혼모노』는 출간 3일 뒤 전자책 판매를 시작했고, 이후 종이책과 전자책이 나란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 구병모의 『절창』(문학동네), 천선란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허블) 등 올해 문학 베스트셀러 다수가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선보였다. 외국문학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공범』(북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 『키메라의 땅 1』(열린책들) 역시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 시차가 없거나(가공범), 5일(키메라의 땅)로 짧았다.
예스24의 이북(ebook)팀 이석영 파트장은 “문학 분야의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 시차가 줄어드는 추세에 공감한다”며 “물성이 중요한 시집은 종이책으로만 출간되는 경우도 있으나, 단편소설이나 장르소설은 전자책으로 먼저 낼 때도 있다. 전자책 이용자층 확대와 소셜미디어·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간을 접하는 디지털 마케팅 환경의 변화가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시아 출판사 문학 브랜드 허블의 편집자는 “2020년부터 (문학 부문의) 전자책과 종이책 독자가 뚜렷이 분리되는 경향이 엿보였다”며 “전자책 판매가 늘수록 종이책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다고 판단해,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지난 9월 발표한 '2024년 독서문화 통계'. 응답자 특성별 전자책 독서율 및 독서량을 도식화했다.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이 47.1%로 가장 높다. 사진 2024년 독서문화 통계 캡처
전자책 독자층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2024 독서문화 통계조사’에 따르면 성인 독서 경험자 중 전자책을 읽었다고 답한 비율은 37.5%로 나타났다. 조사 주체는 다르지만,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 국민 독서실태 조사’(격년 실시)에서 성인의 전자책 독서율이 19%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출협 통계에 따르면 연령대 중에선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이 47.1%로 가장 높았다. 전자책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 장르는 소설(34.4%)로, 수필(8.0%), 재테크(7.2%)가 그 뒤를 이었다.
전자책은 종이책 가격의 70~80% 수준으로 저렴하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독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자책 유통사의 매출은 2020년 4619억원 대에서 2023년 5870억원 대로 연평균 약 8%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다산북스 콘텐츠사업3본부 김길한 본부장은 “전자책 판매가 종이책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내부 데이터로 확인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자책의 개별 매출 규모는 여전히 종이책을 위협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베스트셀러의 경우에도 전자책 매출은 평균 10% 안팎에 그친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이 베스트셀러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책 시장은 구독 서비스의 확산으로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현재 KT ‘밀리의서재’를 필두로 예스24 ‘크레마클럽’, 리디 ‘리디셀렉트’, 교보문고 ‘샘’, 알라딘 ‘만권당’이 자체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월 5000원에서 월 1만원 대의 가격을 내고 전자책을 무제한 읽을 수 있는 서비스다. 단권 판매 중심이던 플랫폼도 구독 서비스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의 시차가 줄어든 것처럼, 향후 독자의 시선이 구독 서비스로 향할 거란 전망도 있다. 김길한 본부장은 “독자 입장에서 구독 서비스는 가격 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지속될 흐름”이라면서도 “구독 모델을 도입하는 업체들의 경우 업계에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는 정산 구조를 세심히 검토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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