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맨해튼 좌파’ 맘다니…자본주의 심장서 사회주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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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뉴욕 퀸스의 한 펍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시장 선거에 출마한 조란 맘다니 뉴욕주 의원의 승리가 예측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시장에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하원의원이 당선됐다. 맘다니는 뉴욕 최초의 무슬림이자 인도계 아프리카 출신이면서 20세기 이후 최연소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한꺼번에 거머쥐게 됐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치러진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맘다니가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맘다니는 뉴욕의 전형적인 엘리트 이민자 집안 출신이다. 우간다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7세 때 미국에 정착했다. 어머니 미라 나이르는 유명 영화감독으로, ‘몬순 웨딩’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인도계 우간다인인 아버지는 정치학자이자 컬럼비아대 인류학과 교수다.
엘리트 집안의 외동아들답게 뉴욕 맨해튼의 사립학교와 브롱스과학고를 다녔다. 대학은 명문 사립대인 보든 칼리지를 졸업했다. 보든 칼리지는 연간 학비만 7만 달러(약 1억원)에 달하는 곳이다.
맘다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진보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에서 친(親)팔레스타인 단체를 조직해 활동했다. 졸업 후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상담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주로 저소득층 이민자 가정들이 퇴거 통지에 대응하고 집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했다고 한다. 이는 맘다니의 임대료 동결 및 무료 버스, 무상 보육, 최저임금 인상 등 포퓰리즘성 공약으로 이어졌다. 맘다니는 무상 시리즈의 재원을 부자증세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계에 입문한 건 2015년 뉴욕시의회 선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다. 이즈음부터 자신을 ‘민주사회주의자’로 칭했다.
맘다니는 여기에 무슬림 정체성이란 조미료를 듬뿍 끼얹었다. 틱톡 영상으로 할랄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의 어려움을 꼬집는 등 이민자 출신임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뉴욕은 미국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인데, 외신들은 맘다니의 선거 전략이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올 초 부부의 연을 맺은 아내 라마 두와지(28)도 맘다니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맘다니는 18만 팔로어를 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두와지와 데이팅앱 ‘힌지’로 처음 만난 사실을 공개해 젊은 세대의 공감을 끌어냈다. 두와지 역시 시리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맘다니의 짧은 정치 경력에 대해선 의구심도 나온다. 지난 4년간 퀸스 주의원으로 활동한 게 전부인데, 뉴욕시장이 되면 30만 명의 공무원과 1120억 달러(약 161조86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다뤄야 한다.
지난해 11월 5일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년 만에 참패를 맞으며 뼈아픈 날이 됐다. 뉴욕시장뿐 아니라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다. 뉴욕시는 직전인 2021년 선거의 투표자 수(110만 표)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200만 명 이상이 투표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투표용지에 내 이름이 없어서 졌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압승을 거둔 민주당 내 분위기도 복잡하다. 맘다니 때문에 내년 중간선거와 차기 대선 때 ‘반(反)트럼프 중도 빅텐트’ 전략을 펴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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