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학을 ‘스크롤’하는 시대, 전자책 템포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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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진 이북(ebook) 리더기 ‘크레마’. [사진 예스24]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김은미(24)씨는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가 출간되자마자 전자책을 구매했다. 그는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집을 읽을 때 전자책을 주로 이용한다. 휴대가 간편한 데다, 요즘엔 종이책과 전자책이 동시 출간되는 경우가 많아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우모(25)씨는 리디의 구독 서비스인 리디셀렉트를 통해 독서를 한다.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20분간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읽는다”며 “곧장 몰입할 수 있는 소설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들처럼 전자책으로 문학을 즐기는 젊은 독자들이 늘면서, 출판계에서도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내는 ‘동시 출간’이 자리잡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종이책 판매 저하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전자책이 종이책과 몇 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발간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그 시차가 크게 좁혀지거나 사라졌다.

『혼모노』 표지
지난달 기준 25만부 판매를 기록한 『혼모노』는 출간 3일 뒤 전자책 판매를 시작했고, 이후 종이책과 전자책이 나란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 구병모의 『절창』, 천선란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등 올해 문학 베스트셀러 다수가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선보였다. 외국문학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공범』,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 『키메라의 땅 1』 역시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 시차가 없거나(가공범), 5일(키메라의 땅)로 짧았다.
예스24의 이북(ebook)팀 이석영 파트장은 “단편소설이나 장르소설은 전자책으로 먼저 낼 때도 있다. 전자책 이용자층 확대와 소셜미디어·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간을 접하는 디지털 마케팅 환경의 변화가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출판사 문학 브랜드 허블의 편집자는 “2020년 무렵부터 (문학 부문의) 전자책과 종이책 독자가 뚜렷이 분리되는 경향이 엿보이며 동시 출간이 늘었다”고 했다.
전자책 독자층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2024 독서문화 통계조사’에 따르면 성인 독서 경험자 중 전자책을 읽었다고 답한 비율은 37.5%로 나타났다. 조사 주체는 다르지만,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성인의 전자책 독서율이 19%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출협 통계에 따르면 연령대 중에선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이 47.1%로 가장 높았다. 가장 많이 읽는 장르는 소설(34.4%), 수필(8.0%), 재테크(7.2%) 순이었다.
전자책 시장은 월정액 구독 서비스의 확산으로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현재 KT ‘밀리의서재’를 필두로 예스24 ‘크레마클럽’, 리디 ‘리디셀렉트’, 교보문고 ‘샘’, 알라딘 ‘만권당’이 자체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구독 서비스의 경우 업계에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는 정산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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