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장 당선인 조란 맘다니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퀸즈 구의 유니스피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34)의 뉴욕 시장 당선이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좌파 정당들에 자극을 주고 있다.  유럽 좌파가 우익 포퓰리즘 확산에 맞설 중요한 모멘텀을 얻었다고 외신들은 일제히 분석했다. ‘대서양을 잇는 좌파 연대’가 출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럽의회 좌파 교섭단체를 이끄는 마농 오브리 프랑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소속 의원은 5일(현지시간) 엑스(X)에 “거대 자본과 언론이 그의 길을 막으려 했지만, 맘다니는 임대료 동결과 무료 교통, 공공보육 확대 같은 구체적 공약으로 이겨냈다”며 축하글을 올렸다. 그는 “전 세계 좌파에게 마침내 주는 교훈”이라며 “경제적 자유주의를 희석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맞서 싸워 이기는 것”이라고 좌파 세력 결집을 호소했다. 이 단체는 지난주 뉴욕을 방문해 맘다니의 유세를 직접 참관하며 연대와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잭 폴란스키 영국 녹색당 대표가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독일 연방선거에서 득표율을 두 배로 늘리며 상승세를 보이는 좌파당의 대표 얀 판 아켄 의원은 “뉴욕의 문제가 독일과 다르지 않다”며 “맘다니 캠페인은 내년 베를린 선거의 청사진”이라고 치켜세웠다. 당 공동대표 하이디 라이히네크 의원도 맘다니 당선 발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좋은 아침”이라고 환영했다.

잭 폴란스키 영국 녹색당 대표 역시 “이건 단순한 선거가 아니라 불평등과 생활비 위기에 맞선 희망의 증거”라며 “희망이 증오를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억만장자 과세와 서민 복지 중심 정치가 결국 승리했다”라고도 했다. 영국 런던의 사디크 칸 시장은 X에 “뉴욕 시민들은 희망과 두려움 사이 분명한 선택에 직면했고, 런던에서 보았듯 희망이 승리했다”며 축하글을 올렸다.

얀 판 아켄 독일 좌파당 공동 대표가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동독 케미츠에서 열린 이틀간의 연방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집권 중인 중도좌파 정당도 맘다니의 당선을 유의깊게 봤다. 최근 우파 성향의 당들에 주도권을 뺏겨 지지율의 하락세를 마주한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회민주당(SPD) 내부에서는 “이민 논쟁보다 맘다니처럼 불평등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앞서 맘다니는 앞서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서민의 생활비를 낮추겠다”고 불평등 해소를 선언하며, 임대료 동결·부유세 도입·공공보육 확대 등을 내세운 바 있다.

필립 쾨커 하노버대 정치학 교수는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어하거나 극우 포퓰리스트에게 유권자를 잃고 싶지 않은 정당은 극우를 모방하여 반이민 정책을 채택하기보단, 핵심 이슈에 집중하고 현재 문제에 대한 자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실제 유럽은 미국처럼 생활비 위기가 심각하다. 영국은 식품 물가 상승률이 2023년 3월 19%에 달했고, 2025년 8월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3.8%로 여전히 목표치(2%)를 크게 웃돈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4.0%로 동결했으며, 올해 재정적자는 838억 파운드(약 158조원)에 달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다. 독일 역시 집세와 식료품·에너지비 급등으로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GDP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0.0%로 멈추거나 전망되는 등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