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월드시리즈 우승 기념 카퍼레이드 중인 LA 다저스의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사진을 찍는 아내 마미코. 그의 스마트폰은 2년 전 단종된 구형 모델이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내. 월드시리즈를 2연패 한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가 우승 기념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다저스를 대표하는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는 아내 마미코(29)와 함께 나타나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마미코는 축제를 즐기는 남편의 모습을 연신 자신의 스마트폰에 담으며 기뻐했다.

그날 이후 뜻밖의 화제가 온라인을 달구기 시작했다. 바로 마미코의 스마트폰이었다. 미국 퍼레이드 매거진은 “야구팬들은 이날 오타니의 아내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 기종에 주목했다. 최신형 아이폰 17이 아니라, 지금은 살 수 없는 아이폰 13 미니였다”고 전했다. 지난 2021년 9월 출시된 아이폰 13 미니는 2023년 9월 단종됐다.

오타니는 ‘지구에서 가장 비싼’ 선수 가운데 하나다. 2023년 12월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1조123억원)에 사인하며, 전 세계 스포츠 단일계약 역대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가외 수입도 엄청나다. 미국 스포츠비즈니스 전문 매체 스포르티코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광고 모델과 스폰서 수입으로만 7000만 달러(약 1012억원)를 벌어들였다.

그런 오타니의 아내가 구형 스마트폰을 애용한다는 사실에 야구팬들이 놀란 거다. 미국 소셜뉴스 사이트 레딧에는 “진짜 부자는 굳이 물건으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얼마 전에 최신 기종으로 바꾼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오타니 부부는 지난해 3월 깜짝 결혼했다. 오타니는 그해 3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서울시리즈에 아내를 동반해 처음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이후 마미코는 남편 못지않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중 하나가 ‘검소함’이었다. 일본 TBS의 한 뉴스 프로그램은 서울시리즈 당시 마미코가 다저스 선수단 만찬 자리에 들고나온 가방에 주목했다. 스페인 스파 브랜드 자라(ZARA)의 5000엔(약 4만7000원)짜리 숄더백이었다. 이 가방은 방송 이튿날 일본 전역에서 품절됐다. 마미코는 지난해 12월 오타니와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경기를 관람할 때도 같은 브랜드의 스웨터를 입었다. 약 7만원짜리 옷이었다.

오타니 혼자 돈을 펑펑 쓰는 것도 아니다. 그는 아내에게 한 달 10만 엔(약 93만원) 정도 용돈을 받는다. 오타니가 쓰는 비싼 물건은 대부분 후원받은 제품이다.

마미코의 스마트폰 덕에 오타니 가족의 남다른 가풍도 새삼 화제에 올랐다. 오타니는 가족에게 많은 걸 물려받았다. 아버지와 형은 야구, 어머니는 배드민턴, 누나는 배구를 했다. 키도 다 크다. 아버지 1m82㎝, 어머니 1m70㎝, 형과 누나는 각각 1m87㎝와 1m68㎝다. 모두 일본인 평균 신장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막내가 돈방석에 앉은 뒤에도 오타니 가족은 자신들의 일상을 그대로 이어갔다. 미쓰비시 중공업에 다니던 아버지는 물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머니도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형과 누나 역시 결혼할 때 “돈을 보태고 싶다”는 막내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