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장동 수사 검사 폭로 "법무장·차관이 항소 반대했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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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기관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지난 7일 자정 시한을 넘겨 항소를 포기한 것을 놓고 지시 주체가 누구냐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9일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책임을 자처했지만 대장동 수사·공판팀을 이끈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항소를 반대했다고 들었다”고 전 과정을 공개하면서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강 검사는 전날(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특경(배임) 등 사건 항소 기간 도과 경위’를 제목으로 A4 4쪽 분량의 글을 공개했다. 강 검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 후 사흘 뒤인 지난 3일, 대장동 수사팀과 공판팀은 만장일치로 항소제기 의견을 모았다. “1심은 범행 지니행 경과에 대한 검찰의 사실적 주장은 대부분 인정해 배임 등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하면서 428억 뇌물공여 약속과 성남시 내부 비밀정보 이용 이익 취득 등에 대해 ‘대법원 판례가 없다’는 등 법률적 쟁점에 근거해 무죄를 선고했고 그에 더해 일부 사실오인, 양형부당에 대한 상급심의 추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수사·공판팀은 5일 항소제기 보고서 등 관련 문서를 중앙지검 내부에 보고했고, 중앙지검 수뇌부도 항소 제기 방침을 결정한 뒤 대검 반부패부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튿날인 6일 대검찰청 반부패는 1심 판결에서 검찰의 별건수사 및 전면적인 배임 공소사실 변경에 대한 법원의 지적과 관련된 팩트체크 및 적법성 등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1심 재판부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배임죄 순차 기소 이후 별건인 이해충돌방지법사건 등 수사과정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해 배임 사건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며 일부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서다. 이에 수사·공판팀은 당일 대검 요청 사항을 정리해 회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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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항소 시한인 7일 당일에도 대검 승인이 떨어지지 않자 수사팀은 7일 오후 2시~6시 항소장에 대해 중앙지검 담당 공판부장→이준호 4차장 검사→정진호 검사장 결재를 받았다. 하지만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이 7일 오후 7시30분쯤 항소장 접수 시한을 4시간 30여분 남기고 “항소를 재검토하라”며 불허했다. 이에 이준호 4차장 검사가 “대검을 설득해보겠다”고 나섰지만이후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항소장 접수에 관해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 검사는 오후 11시 20분쯤 “공판 담당 검사 2명이 4차장실로 가서 ‘항소를 해야 하니 결단을 내려달라’는 취지로 건의하자 이 4차장은 “대검에서 불허했고, 검사장께서도 불허해 어쩔 수 없다”고 최종 불허 방침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 강 검사는 “대검에선 자체적으로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해 법무부에 승인을 받기 위해 보고를 했고, 검찰과가 법무부 장관에게 항소 필요성을 보고했지만 장·차관이 불허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직원들은 항소장 접수를 위해 법원에서 대기하던 끝에 자정을 넘겨 복귀했다는 것이다.

대검은 항소 포기 이유는 1심에서 민간업자들의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구형(징역 7년)보다 중형(징역 8년)이 선고돼 항소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 노만석 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통상 주요사건처럼 대장동 사건도 일선청 보고를 받고 판결의 취지와 내용, 항소 기준, 사건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본인 포기 결정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노 대행 결정이었다면 이를 지시하는데 이틀이나 걸렸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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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는 “대검과 중앙지검 간 협의 아래 내린 결정”이라며 논란이 불거지자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이틀째 침묵했다. 내부적으론 법무부 차원에서 항소 포기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부인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항소 포기 결정에 관해 “아는 바 없다,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정 장관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선 검찰총장을 통해서 지휘해야 하는데, 매일 검찰 업무를 보고 받으며 구두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의 항소 남용 지적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내부 의사 결정 과정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해드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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