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배들의 무덤’ 태안서 고려 청자선 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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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마도 해역의 ‘마도 4호선’ 인근에서 또 다른 고려시대 침몰선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청자 다발 등이 발견돼 ‘마도 5호선’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물살이 거칠고 풍랑이 심해 예부터 뱃사람들이 ‘배들의 무덤’으로 두려워했던 충남 태안 마도 해역 일대. 2007년 고려청자 2만3000여 점을 적재한 태안선(고려시대)을 시작으로 마도 1~4호선까지 총 5척의 난파선이 확인되면서 ‘바닷속 경주’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 이곳에서 2015년 마도 4호선 발굴 이래 10년 만에 새로운 침몰 선박 흔적이 포착되면서 또 다른 ‘바닷속 고려사’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0일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조선시대 선박인 마도 4호선의 선체 부재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또 다른 난파선이 묻힌 징후를 확인했다”며 해당 지점에서 출토된 청자 수십 점을 공개했다. ‘마도 5호선’으로 임시 명명된 이 선박 부근에선 틀을 이용해 찍어내는 ‘압출양각 기법’의 다양한 완(碗, 소형 사발), 잔, 접시 등이 나왔다. 특히 기존 고려 선박에서 나온 적이 없는 팽이 혹은 삿갓 모양의 소완들이 눈길을 끌었다. 자현도자자료관의 한성욱(민족문화유산연구원 이사장) 관장은 “자기의 세부 형태를 감안할 때 1150~1175년 사이에 침몰된 선박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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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연구소 측은 이곳에 실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청자 다발 2묶음 87점(접시 65점, 완 15점, 잔 7점) 외에 목제 닻과 밧줄, 볍씨 등과 함께 고선박의 선체 조각과 화물받침목(통나무)도 발견했다. 이 같은 유물 구성은 마도 1·2호선과 비슷해 곡물과 도자기를 운반하던 선박으로 보인다. 출토된 청자들은 기포 자국이 많고 접시 바닥의 굽도 상급 품질에 쓰는 규석과 중급용 내화토가 섞여 있어 “중하위 관료에게 전달하려던 일상 식기로 추정된다”(한성욱 관장)고 한다.

연구소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내년에 본격 발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마도 5호선이 실제로 발견될 경우 태안선(12세기 후반), 마도 1호선(1208년), 2호선(1210년께), 3호선(1265~1268년께)보다 앞선 시기의 고선박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날 현존하는 유일한 조선 선박인 마도 4호선의 인양 성과도 공개됐다. 4호선은 2015년 수중에서 발견될 당시 역사 속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조선시대 세곡(稅穀, 조세로 바치는 곡식) 운반선의 실체를 드러낸 첫 수중 유산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수거된 목간(63점) 등을 통해 전남 나주에서 거둬들인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현재 서울 마포구)으로 향하던 선박으로 확인됐다. 선박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1410~1433년)와 기타 흔적을 감안할 때 1420년께 침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선박 안에선 바닥에 ‘내섬(內贍)’이라고 적힌 궁궐 납품용 접시 등 분청사기 152점이 나왔다.

연구소는 발굴 10년 만인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바다 깊이 파묻힌 잔존 선체를 건져올리는 작업을 했다. 침몰 약 600년 만에 뭍으로 올려진 선체는 길이 12m, 너비 5m 규모로 총 107점의 부재가 수습됐다. 기존에 발굴한 고려 선박이 중앙에 돛대 한 개만 세웠던 반면, 마도 4호선은 앞부분과 중앙에 1개씩 세운 쌍돛대 구조다. 10년간 인양 작업이 미뤄진 데 대해 연구소의 이은석 소장은 “한정된 예산으로 다른 지역(제주, 군산, 영광 등)도 탐사 발굴해야 했고, 부재를 건진 뒤 보존처리 시설 확보에도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누리안호 크레인을 이용해 건져올린 마도 4호선 부재들은 인접한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탈염(소금기를 뺌) 작업 중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고선박은 총 15척으로 중국 선박 2척(신안선·진도선)과 통일신라 1척(영흥도선), 조선 1척(마도 4호선)을 제외한 11척이 고려 선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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