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쇼트트랙 하면 최민정”…10년전 이 말 지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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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이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를 배경으로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딴 금메달과 은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앞서 평창과 베이징에서 각각 2개와 3개의 메달을 목에 걸어 총 7개의 메달로 한국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종호 기자
21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경기를 2위로 마친 직후 최민정(28·성남시청·사진)은 연신 눈물을 흘렸다. 금메달을 딴 후배 김길리(22·성남시청)를 축하하면서도, 시상대에 오를 때도, 인터뷰를 할 때도 눈가가 촉촉했다. 중앙일보와 마주한 최민정은 “몇 번을 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무표정하게 빙판 위를 질주해 ‘얼음 공주’라 불리던 그에게도 마지막 올림픽은 특별했다. 잠들기 전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후련할 수가 있나 싶었다”고 답한 그는 “이번 시즌을 준비할 때부터 (은퇴) 생각을 했다.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지쳤다. 사실 이제 더 할 것도 없다”며 활짝 웃었다.
최민정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치른 직후에도 1년 동안 휴식기를 가진 적이 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선수의 끝’은 아니다. 그는 “김연경(배구) 선수처럼 소속팀에서만 뛰며 크고 작은 대회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대표팀 동료들에겐 은퇴 결심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 다들 놀랐고, 김길리는 눈물을 보였다. 최민정은 “모두가 더 하라는데, 여기서 그만두는 게 맞다”면서 “이렇게 좋은 마무리는 없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먹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관왕(1500m·3000m 계주)에 오른 최민정은 4년 뒤 베이징에서 금메달 1개(1500m), 은메달 2개(1000m·3000m 계주)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선 계주 금메달과 함께 1500m 은메달을 보탰다. 총 7개의 올림픽 메달로 ‘대한민국 최다 메달리스트’ 기록 보유자가 됐다. 올림픽 도전사를 빛낸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발자취다. 그는 “GOAT란 평가는 내가 아닌, 여러분이 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밀라노로 떠나기에 앞서 최민정은 모친 이재순 씨에게 편지를 받았다.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엄마는 “6살 때 스케이트를 처음 신던 작은 아이가 이렇게 큰 무대에 서다니 기적 같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해진다”면서 “남들 눈에는 국가대표, 올림픽 선수지만 엄마 눈에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 못 하고 힘들어도 참고 웃던 내 딸이다. 여기까지 온 시간 자체가 금메달”이라는 내용을 꼭꼭 눌러 담았다. 어릴 적 일찍 아버지를 여읜 최민정에게 엄마와 언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최민정은 “답장은 금메달과 은메달이 아닐까”라고 했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인터뷰를 진행한 최민정은 손에 파스타를 꼭 쥐고 있었다. 2026개만 제작한 한정판 제품이라고 했다.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를 즐겨보는 그는 “선물로 받은 파스타와 트러플 등 좋은 이탈리아 식재료를 가져가 셰프들에게 요리를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쇼코의 미소(최은영)』 『건너가는 자(최진석)』 『마지막 몰입 : 나를 넘어서는 힘(존 퀵)』 등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를 처음 마주한 지난 2016년, 뿔테 안경을 쓴 작은 체구의 소녀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쇼트트랙’ 하면 ‘최민정’이 떠오르게 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소원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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