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도체 훈풍에 제조업 전망 2년 만에 최고치..."K자 성장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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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23.5% 증가한 435억 달러를 기록했다. 뉴스1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성장을 견인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힘입어 그간 부진했던 제조업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다만 건설 경기 위축에 따른 내수 부진 등 ‘K자 성장’의 그늘은 더 짙어지고 있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한 435억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출 실적으로 역대 최대다. 2월 전체로도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수출을 견인한 건 역시 반도체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은 151억15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34.1%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34.7%로 16.4%포인트 늘었다. 고용량ㆍ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상반기까지는 수출 성장 흐름이 이어진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 외에도 석유제품(10.5%), 컴퓨터 주변기기(129.2%) 등은 증가했다. 반면 승용차(-26.6%), 자동차 부품(-20.7%) 등은 줄었다. 수입도 늘었지만,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에 이 기간 무역수지는 4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기준 12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국내 제조업의 다음 달 업황 전망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4∼11일 업종별 전문가 130명을 상대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3월 제조업 업황 전망 PSI는 117을 기록했다. 2024년 3월(119)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전월(114)보다 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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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업종별로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다. 반도체 업황 전망 PSI는 178로 2024년 6월(185)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PSI는 기준치인 100을 넘어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보다 업황이 좋아질 거란 의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관세 정책을 둘러싼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제조업 실적 반등이 이어질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전 세계 제조업의 회복 ‘신호’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8월 이후 기준치인 50을 꾸준히 웃돌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특히 한국ㆍ대만 등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수혜국의 PMI 상승이 두드러진다”며 “반도체ㆍ에너지 인프라 등 AI와 관련된 산업에 국한되었던 회복이 여타 산업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다만 경기 변동에 민감했던 건설ㆍ부동산 부문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딜 전망이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봐도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희비가 엇갈린다. 제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신규 수주 등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2.8포인트 상승한 97.5를 기록했다. 반면 건설ㆍ부동산업이 포함된 비제조업 CBSI는 자금 사정과 채산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2.1포인트 하락한 91.7로 집계됐다. 100을 밑돌면 기업 심리가 비관적이란 의미다. 둘을 결합한 전산업 CBSI은 94로,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당분간 산업ㆍ계층별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K자 성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성환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종 중심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화학ㆍ철강은 중국 중심의 과잉 공급 우려가 있고, 자동차ㆍ기계는 미국 관세 정책이나 건설 경기의 영향을 받는 만큼 통화정책이나 경기부양 대책과 연관 지어 살펴볼 필요가 있어 지금은 중립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반도체 착시’가 걷힌 후 더 큰 고통을 맛보지 않으려면, 신산업 육성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ㆍ부동산 중심의 성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반도체 위주의 성장도 지속 가능하진 않은 만큼 하루빨리 신성장ㆍ원천기술을 지원하는 지식산업 위주로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30여 년간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도 유니콘 기업 몇 개 외에는 국민 전체를 먹여 살릴만한 기업을 키우지 못한 게 부메랑이 되어 여전히 ‘K자 성장’ 형태로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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