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최후 보루" 의료계 반발에…체외충격파, 일단 자율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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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근골격계 질환에 적용하는 비급여 치료인 체외충격파가 의료계 자율 규제를 통해 과잉 진료를 제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가 직접 가격·기준을 매기는 대신, 의료계 등이 정한 기준을 넘기면 실손 보험금 청구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25일 정부·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초 제5차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복지부와 금융감독원·대한의사협회(의협)가 참여하는 '3자 자율시정협의체'를 구성해 체외충격파 치료를 관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협의체가 정한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실손 청구를 막는 방식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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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골관절염·족저근막염 환자 등에 적용하는 체외충격파는 통증 감소, 기능 개선 등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진료비 부담이 적은 실손보험 가입자 등에게 비싼 가격을 매기거나 불필요한 치료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의 체외충격파 연간 진료비 규모는 9036억원(지난해 3월 보고 기준)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600억원 넘게 늘었다. 비급여 항목 중에선 도수치료(1조4556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동안 의료계는 도수·체외충격파 치료에 대한 '관리급여' 지정을 반대해왔다. 관리급여는 과잉 이용 우려가 큰 비급여 진료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급여 기준·가격 등을 정부가 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열린 4차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에서 도수치료 등 3개 의료 행위를 관리급여로 지정했다. 체외충격파의 선정 여부는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당시 의협은 "저수가 체계 속 근근이 버티고 있는 일선 개원가의 마지막 생존 보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논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의료계가 자정 노력을 약속하면서 체외충격파는 일단 관리급여에 넣지 않기로 했다. 도수치료는 관리급여에 포함한 만큼 정형외과 등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체외충격파는 자율 규제로 가는 기류가 형성됐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의료계 내부에선 "하나는 잃고 하나는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태연 의협 부회장(실손보험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과잉진료하는 회원을 정리하면서까지 자율 정화 기회를 요청했다"라며 "정부와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겠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자율 규제 이후 상황을 챙겨보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하반기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전환되면 본인 부담률이 95%로 높아지는 대신, 가격은 10만원(지난해 9월 전국 평균 금액)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병·의원이 알아서 가격 등을 정하는 비급여 체외충격파 진료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자율 규제가 이러한 풍선 효과를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도수치료의 관리급여 적용 이후 시장 수요가 체외충격파로 이동하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라며 "관리급여 지정과 자율 규제 시행이 각각 어떤 효과를 내는지 비교·평가해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료계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자율 규제를 하면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 횟수·가격 등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고, 과잉진료나 이에 따른 실손 청구 증가를 완전히 제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정형외과에서 많이 이뤄지는 체외충격파 치료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차라리 건보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도수치료 대신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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