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요르단 “유리창 흔들릴 정도 폭발음”…중동 주변국들도 흔들 [중동 현지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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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쪽에서 폭발이 나면 유리창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들립니다.”
요르단 암만에서 거주 중인 이정애(65) 요르단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는 전날 오후 4시 25분(현지시간) 중앙일보에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인해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오전 10시쯤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개시한 직후, 이란이 걸프 지역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드론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전역이 동시에 흔들린 순간이었다.
요르단 암만 마르즈 암할만에서 28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요격 이후 떨어진 잔해들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이정애 교수 제공
이 교수에 따르면 약 3시간 전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요르단 상공을 통과했고, 암만 남서부 마르즈 알 함만 상공에서 요르단군이 이를 요격했다. 그는 “요르단은 자국 상공 통과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즉각 요격 조처를 했다”며 “현재까지 요르단 내 직접적인 인명·물적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가 없다고 해서 긴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이스라엘 방향에서 발생한 폭발의 충격파가 암만까지 전해진다”며 “집 안에 있어도 유리창이 흔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요르단 암만 마르즈 암할만에서 28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요격 이후 떨어진 잔해들. 사진 이정애 교수 제공
당시 암만 시내에는 30초 동안 세 차례 울리는 간헐적 경고음(위험 임박)과 1분간 이어지는 연속 경고음(상황 종료)이 반복됐다. 시민들은 아파트 베란다나 골목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요격 장면을 촬영했고, 그 영상은 곧바로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됐다.
이 교수가 보내온 현지 영상에는 암만뿐 아니라 북부 이르비드, 아즐룬, 북서부 마프라크 등지에서 미사일 잔해로 추정되는 파편이 떨어진 뒤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 마르즈 알 함만 일대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시민들과 소방 인력이 진압에 나선 모습도 포착됐다.

28일(현지시간) 요격으로 인해 화재 발생한 암만 도시. 사진 royanews 캡처

28일(현지시간) 요르단 아즐룬에서 발견된 이란 미사일 잔해. 사진 royanews 캡처
요르단 정부와 주요 외교 공관은 즉각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한국대사관도 교민들에게 안전 공지를 전달했고, 한인 사회는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이 교수는 “별도의 대피 움직임은 없지만 모두 자택에 머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요르단은 이슬람의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이다. 올해는 2월 19일부터 시작돼 약 한 달간 이어진다.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고, 해 질 무렵 ‘마그립’ 기도 이후에야 식사한다. 원래도 밤이 되기 전까지 거리가 비교적 한산한 시기지만, 이번 사태로 외출을 더 자제하는 분위기다. 시민들은 당장 공포에 휩싸이기보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28일(현지) 요르단 이르비드에서 요격된 미사일 잔해들로 화재 발생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현지 뉴스 캡처
팔레스타인 역시 긴장 속에 놓여 있다. 팔레스타인 북부 나사렛 출신인 요르단대 3학년 아야 하메드(22)는 “처음 공습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무섭고 불안했다”라며 “가족이 사는 곳은 더 어렵고 불안정하다. 학교나 직장에 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의 가족은 아직 나사렛에 거주 중이다. 아야는 주말마다 육로로 고향을 방문해 가족과 왕래를 오갔다고 한다. 그는 또 “최근 외출을 줄이고, 항공편이 취소·연기되는 등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며 “하루빨리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쿠웨이트도 불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친척이 쿠웨이트에 있다고 말한 요르단인 4학년 이스라 안와르 오마르(22)는 “친척들이 현지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부상자가 발생해서 많이 걱정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고, 정부에서도 안전에 대한 안내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습 소식을 듣고 바로 뉴스를 확인했다”고 우려하면서도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어서 그렇게 심하지 않은 듯하다”고 요르단의 상황도 전했다.
2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촬영된 이란의 미사일 한 발.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이번 충돌은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넘어 걸프 전역으로 번졌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아부다비와 두바이 상공에서 연쇄 폭발음이 들렸고, 방공망이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요격 잔해로 두바이 일부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국제공항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UAE는 일시적으로 영공을 폐쇄했고, 에미레이트항공과 에어아라비아 등은 일부 노선을 취소·지연했다.
카타르에서는 도하 인근 알우데이드 미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이 접근해 방공망이 요격에 나섰다. 카타르 정부는 이를 “명백한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영공을 일시 폐쇄했다. 쿠웨이트에서는 국제공항 인근에 드론과 미사일이 낙하해 시설 일부가 파손되고 공항 직원이 다쳤다는 보고가 나왔다. 항공편도 일시 중단됐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주페이르 지역, 미 5함대 관련 시설 인근에서도 미사일 공격이 발생해 건물 피해 점검과 대피 조치가 이뤄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카타르·쿠웨이트·요르단에 대한 공격을 “노골적 주권 침해”로 규탄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사람들이 모여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사망을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항공망 역시 크게 흔들렸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텔아비브·베이루트 등 노선을 3월 7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고, 카타르항공도 도하발·도하행 항공편을 일시 중단했다.
중동의 ‘안정 지대’로 여겨졌던 걸프 국가들까지 전선에 휘말리면서, 밤하늘을 가르는 요격 섬광과 사이렌 소리도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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