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결사항전 가나 “강경보수 하메네이 차남, 이란 새 최고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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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최고지도자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지난 2019년 5월 테헤란에서 열린 쿠드스(예루살렘)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7년간 절대권력을 누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는 아들이었다. 이란 전문가회의가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고 이란 반정부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문가회의가 이날 오전과 오후 2차례 회의를 열고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하는 방안을 심의했다”며 “4일 모즈타바를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상회의로 선출…미국 폭격 피했다
지난 2일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폭발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인근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선 공식 발표시 모즈타바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3일 이란 중부 종교도시 콤에 있는 전문가회의 청사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붕괴했다. 8년 임기의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회의 위원들은 이날 청사에 모이지 않고 화상회의로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며 화를 피했다.
1969년생인 모즈타바는 하메네이의 6남매 자녀 중 둘째 아들이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테헤란 공습 당시 아버지 하메네이를 비롯해 어머니, 부인, 아들이 숨진 와중에도 살아남았다. 이란 최대 신학교인 콤 신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그는 하메네이와 같은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하메네이 문고리 권력 실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오른쪽)가 지난 2024년 10월 테헤란에 있는 헤즈볼라 사무실을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정부에서 공식 직책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아버지 하메네이의 ‘문고리 권력’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000년대 초부터 최고지도자실에서 일하며 ‘그림자 실세’로 활약했다. 이란인터내셔널은 지난 2023년 모즈타바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바시즈 민병대의 사실상 지도자이며, IRGC 주요 간부 임명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도 지난 2019년 모즈타바를 제재하면서 “하메네이는 권력 일부를 아들에 위임했다”며 “모즈타바는 IRGC 쿠드스(해외 담당 정예군)·바시즈 사령관들과 협력해 국내외에서 아버지의 야망을 대신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모즈타바가 영국의 고급 부동산, 스위스 거액 은행계좌 등 1억 3800만달러(약 2045억원)의 재산을 해외에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습왕정과 뭐가 달라” 반정부 시위 재점화하나
지난 1월 튀르키예 야로바에서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사진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즈타바 선출은 이란 당국엔 부담이다. 1979년 이슬람혁명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현 신정체제 세력은 혁명으로 팔라비 왕조를 철폐하고 공화국을 세운 걸 집권 정당성으로 내세워 왔다. 모즈타바의 등장은 “세습 통치가 왕정체제와 뭐가 다르냐”는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더구나 지난해 말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진압한 정점엔 하메네이가 있다. 그의 아들이 뒤를 이어 집권한다면 내부 여론은 악화할 확률이 높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란 국민 반발의 핵심은 최고지도자가 헌법상 과도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인데 하메네이와 국정을 운영한 모즈타바는 권한을 그대로 행사하려 할 것”이라며 “체제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메흐디 라흐마티 이란 정치 분석가는 NYT에 “국민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정부 시위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혁명수비대 “모즈타바, 전쟁 이끌 적임자”
지난달 28일 이란 테헤란의 한 모스크에서 친정부 시위대가 이란 국기를 들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럼에도 모즈타바를 택한 건 IRGC 등 집권세력의 현실적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아버지와 국정을 함께 운영한 모즈타바를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이끌 적임자로 여겼다는 해석이다. 라흐마티는 “모즈타바는 안보·군사 기구 운영과 조율에 정통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IRGC는 선출 과정에서 모즈타바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IRGC와 모즈타바와의 유대감은 깊다. 17세 때 IRGC에 들어간 모즈타바는 87~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당시 함께 싸운 ‘전우’인 IRGC 최고위 장성과 친분을 맺고 있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모즈타바 선출은) 이란 정권에서 강경 IRGC가 권력을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모즈타바는 콤에서 고위 성직자들로부터 신학을 배운 인연으로 종교계와의 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순교자 후계자’ 명분 제공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주이탈리아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이란계 여성들이 사망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과 이란 국기를 들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메네이 제거가 모즈타바의 승계에 명분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현 이란 지도부는 하메네이를 미국에 맞서 전사한 ‘순교자’로 추앙하고 있다. 그 아들인 모즈타바를 성스러운 후계자로 포장하며 항전 의지를 공고히 할 거란 뜻이다. 실제로 이란 국방부는 이날 “적들의 계획보다 더 오래 방어할 수 있다”며 첨단 무기와 장비를 아직 모두 전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메네이와 달리 모즈타바가 미국 등과 전향적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즈타바와 가까운 정치인 압돌레자 다바리는 NYT에 “모즈타바는 진보적 성향으로 강경파를 밀어낼 것”이라며 그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유사한 개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 “어떤 후계자라도 제거 대상”
한편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모즈타바 선출설에 대해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미국 등 자유세계를 위협하며 이란 국민을 억압하는 모든 지도자는 제거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해 6월 테헤란에서 열린 전임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사망 36주기 행사에 참석해 호메이니 사진 앞에서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페르시아어로 ‘라흐바르’로 불린다. 이란 신정 체제에서 신의 대리인으로 종교지도자를 넘은 국가의 실질적 통치자다. 종신직으로 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10년간 루홀라 호메이니, 89년 이후 37년간 알리 하메네이가 역임했다. 국방·외교 등에서 핵심 정책을 결정하고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을 허가하는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대부분을 임명하는 등 사실상 국정 전권을 갖는다. 이슬람 성직자(법학자)만 될 수 있다. 유고 시 88인의 이슬람 성직자로 구성된 헌법기관인 전문가회의가 차기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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