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쟁 방금 터졌는데 벌써 1800원대"…열불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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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발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11시 서울 관악구의 한 셀프주유소. 주유기를 잡은 시민들은 휘발유 L당 1815원이 쓰인 가격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 주유하러 왔다는 윤모(33)씨는 “전쟁이 방금 터졌는데 갑자기 기름값이 너무 오르니 열받는다”며 “이렇게 오른 다음엔 가격을 잘 내리지도 않으니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직후 빠르게 뛰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8일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692.89원이었지만 지난 4일 1777.48원으로 84.59원 상승했다. 지난달 주간 평균 가격은 1686~1691원 수준에서 유지됐다. 이날 서울 평균 판매가격은 휘발유 1842.55원, 경유 1804.05원까지 올라섰다. 중구의 다른 주유소 가격표엔 L당 가격이 휘발유 2896원, 경유 2958원으로 쓰여있었다.
국제 유가 상승이 실제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약 2주가 걸린다. 정유사가 들여온 원유를 정제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유가 국내에 공급되기도 전에 주유소 판매가격이 먼저 오르는 모양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가 내릴 땐 ‘비싸게 사왔다’는 핑계로 국내 판매가를 서서히 내리면서, 올릴 때는 왜 오히려 앞서서 반영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원유 국내 들여오기 전에 소비자 판매가격 먼저 올라
정유업계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국내 수요 증가가 유류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으로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전쟁 이후 하루라도 빨리 주유해두려는 소비자 수요가 급증한 것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주유소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판매가격은 본사(정유사)가 정해주는 거라 우리로선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부담은 기름값이 생계와 직결된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셀프주유소를 찾은 60대 택배기사 이모씨는 1t 트럭에 주유기를 꽂은 채 “이대로 기름값이 더 오르면 한달에 10만원을 더 내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며 매일 주유소를 찾는다는 50대 정모씨도 “나처럼 운전이 생업인 사람들은 타격이 크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유사들이 불안한 국제정세를 빌미로 기름값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 불확실성이 커졌을 당시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은 L당 1800원에 육박했다. 이에 방문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같은 달 18일 ‘민생물가 안정을 위한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정유사 사장·부사장에게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국내 석유 가격이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인다는 국민 지적이 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석유 가격 정책을 시행해 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같은 문제가 3년도 안 돼 반복된 건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5일 관악구 주유소에서 만난 김모(65)씨는 “지금까지 정부가 기름값 잡겠다고 말만 하고 실행은 못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유업계와 대화를 통해 판매가격 인상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정유사 간 담합이 이뤄졌는지 조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유류 공급에 아직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유소 유류 가격이 폭등했다”고 지적하면서 “제재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석유사업법 23조에 따라 (유류)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매점·매석의 경우 물가안정법에 따라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하며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행정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더중앙플러스-이런 기사도 있어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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