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술도 안 먹는 10대가 중증 지방간…크면 괜찮다? 위험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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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아동이 체중계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 셔터스톡

14살 남학생 A군은 최근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았다. 체질량지수(BMI·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으로 고도비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음파 등 세부 검사를 진행한 결과, 겉으로 보이는 몸무게보다 훨씬 나쁜 결과가 나왔다. 심한 지방간에 고지혈증, 당뇨 전 단계 등을 앓고 있었다. 성인이 아닌 만큼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지만, 간에 지방이 켜켜이 쌓인 셈이다.

소아·청소년들에게 비만은 매우 흔한 만성질환이 됐다. 하지만 최근 비만 못지않게 심각해진 문제가 바로 지방간이다. 학교 검진 등에서 간 수치 이상이 나와 병원을 찾는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어른들의 질병으로 여겨지는 지방간이 어린아이들까지 위협하는 걸 보여준다. 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도움말을 바탕으로 소아·청소년 지방간의 원인과 치료법 등을 정리했다.

최근 명칭 바꾼 지방간, 왜

지방간은 원래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뉘었다. 술이 주된 원인이냐, 아니냐를 따진 셈이다. 그런데 2023년 전 세계 간 학회들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을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질환'(MASLD)으로 공식 변경했다. 술 대신 대사기능장애라는 핵심 원인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지방간에 대한 인식을 확 바꾼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술을 안 먹었는데 살이 쪄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대사 기능이 잘못 돌아간다는 걸 보여주는 '경고' 성격을 갖는다. 간에 지방이 쌓여 있으면서 비만·고혈압·고지혈증·낮은 HDL 콜레스테롤·혈당 이상 중 최소 하나 이상의 위험 인자가 동반된 경우, MASLD로 진단하게 된다.

아동 지방간과 비만, 서로 악순환 반복

이러한 MASLD는 전 세계 소아·청소년의 약 7~14%가 갖고 있다. 비만 아동만 살펴보면 30~50%로 비율이 확 오른다.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만 아동의 40% 이상에서 지방간이 나타난다. 병원 외래 진료를 받는 지방간 환자는 10대뿐 아니라 8~9세 미만도 종종 있다.

이처럼 지방간 발생엔 비만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양방향에 가깝다. 비만 때문에 지방간이 생기지만, 지방간이 생기면 원래 있던 비만과 대사질환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긴 간은 근육·지방조직의 인슐린 저항성을 흔드는 물질을 비정상적으로 분비한다. 그러면 혈당 조절이 안 되면서 다시 간에 지방이 더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한 같은 비만이어도 지방간이 있는 아동은 당뇨병·심혈관질환·간경변 등의 위험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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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탄산음료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늦을수록 회복 불가, 2~3㎏이라도 감량을 

MASLD의 특징은 발생 초기에 완전히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살을 빼고 식습관을 바꾸면 간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염증이 계속되면 간세포가 죽고 딱딱한 흉터 조직(섬유화)으로 진행된다. 이때부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 실제 지방간의 진행 속도는 빠른 편이다. 아동 환자를 분석한 연구 결과, 3명 중 1명은 2년 이내에 간 조직이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 '크면 괜찮을 거다'며 미루다가 되돌릴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살을 빼면 이 문이 닫히는 걸 막을 수 있다. 체중의 3~5%만 줄여도 간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체중 80㎏인 아이는 2.4~4㎏만 빼도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몸무게를 7~10% 감량하면 염증이 줄어들고, 10% 이상 뺀다면 섬유화 호전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간 수치는 다른 합병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살을 2~3㎏만 빼더라도 간 수치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이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결국 아동·청소년이 지방간과 멀어지려면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탄산·가당 음료를 끊고, 간편식 같은 초가공식품을 줄여야 한다. 특히 액상과당이 함유된 음료는 간에서 직접 지방으로 전환돼 무조건 피하는 게 좋다. 운동은 하루 20분 걷기에서 시작해 천천히 늘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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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진료하는 모습. 사진 서울성모병원

비만 아동·청소년, 간 수치 검사부터  

지방간을 빨리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만 아동·청소년은 MASLD 선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과체중 아동도 고혈압, 당뇨 전 단계 등 위험 인자가 있으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살이 많이 찐 아이는 10~12세부터 매년 간 수치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학교 검진 등에서 간 수치 이상이 나왔다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는 게 좋다. 다만 간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지방간은 아니다. B형 간염, 자가면역 간염 등의 다른 간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 역시 병원을 찾아 빠르게 진단받고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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