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평원 심사했더니, 보험료 1인당 2만6000원 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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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이던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왼쪽)·하행선 방향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뉴스1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다 폭넓게 맡아 심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자동차보험의 구조상 과잉진료와 진료비 팽창을 부추길 유인이 큰 만큼, 심사 체계를 강화해 가입자 보험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토론회 발제에서 일부 자동차보험 진료비 항목에 대해 심평원이 위탁심사를 맡아온 결과 보험료 인상 억제 효과가 있었다며,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심평원이 당연 심사하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자동차보험이 환자 본인부담이 없고 건강보험 비급여까지 폭넓게 보장하는 구조여서 과잉진료와 진료비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합의금이 커지는 구조 역시 과도한 진료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봤다.

그는 심평원의 위탁심사에 따른 경제적 순편익이 11년간 총 1조91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연간 가입자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마다 가입자 1인당 보험료를 약 2만6000원 억제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제도 개선 방안으로 심평원의 자동차보험 심사업무를 법에 따라 당연 수행하도록 하고, 심사 수수료 징수권도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진료비 지출 관리 강화를 위해 묶음형 수가 도입, 합의금 기준 손질, 경상환자 장기치료 관리, 적정성 평가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의과와 한의과 진료비 증가를 둘러싼 해석과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의과 진료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한의과 진료비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늘었다며 심사체계를 더 촘촘히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인선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자동차보험 한의 진료가 늘어난 것은 과잉진료 때문이 아니라 환자들이 근골격계 질환 등에서 치료 효과를 체감해 선택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과와 한방 진료비 증가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심사체계를 강화하고 복수진료 관리와 허위·과다청구 점검도 함께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단순히 보장 범위를 줄이거나 치료 기간을 제한하는 방식보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평원에 보다 분명한 역할과 권한을 부여해 소비자 관점의 심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심평원 위탁심사의 법적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제도 설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임지훈 현대해상 상무는 심평원 심사체계의 법적 근거를 더 명확히 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민간 보험사의 비용 부담 방식 등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와 심평원 사이에는 제도 보완의 정도를 둘러싼 온도 차도 드러났다. 백선영 국토교통부 팀장은 현행 제도 안에서도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심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고 관련 분쟁심의와 수가기준 관리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애련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장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심사를 위해서는 현재의 수수료 계약 방식, 심사 인력, 기준 설정 구조를 함께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지금처럼 위탁 방식에 머물게 할 것인지, 아니면 심평원 중심의 상설적이고 독립적인 체계로 강화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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