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유가에 꺼낸 '기름값 상한' 카드…"시장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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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사태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8일 인천 시내의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매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미국ㆍ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서울 지역 휘발유값이 L당 2000원에 육박했다. 유가발 물가 비상에 정부는 석유 가격 최고액 지정까지 검토하고 나섰지만, 가격 통제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크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895.34원, 경유는 1917.77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대비 약 12% 올랐다. 서울의 경우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가격은 각각 1945.73원, 1967.19원으로 이미 2000원 선에 근접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기름값 추가 상승은 시간문제다. 국제 유가는 보통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7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8.5% 오른 92.69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여파로 국제 유가가 치솟았던 2022년 3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이다.

이 같은 상황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정책을 펴온 정부에겐 커다란 악재다. 유가 상승은 운송·생산 비용을 끌어올려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밀가루·설탕·계란 등의 먹거리뿐 아니라 생리대·교복 등 생활필수품 전반에 대해 가격 담합 단속을 벌이며 가격 인하를 유도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담합 조사·제재에 더해, 국세청이 물가 불안을 일으킨 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세무조사로 1785억원을 추징하기도 했다. 전방위적 압박에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전년 같은 달 대비 2.1%)이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일부 물가 안정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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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8일 대전 시내의 한 셀프 주유소(사진 위)를 찾은 시민들이 비교적 저렴한 기름을 주유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같은 시각 비교적 비싼 아래 사진의 대전의 한 주유소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정부는 중동 사태 이후 유류 가격이 오른 데 대해서도 담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주가 걸리지만, 이번엔 시차 없이 즉각 반영된 것이 빌미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위기 상황을 악용한 ‘바가지’ 행위에 대해 제재 방안이 있는지 점검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꾸려 지난 6일부터 불법 석유 유통, 매점매석 등 불공정거래 행위 단속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석유제품에 대한 ‘최고가격 지정’도 검토 중이지만, 부작용 우려도 만만찮다. 정부가 석유 가격이 크게 등락할 때 최고액을 정할 수 있는 근거는 석유사업법 제23조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해당 조치는 1997년 유가 자유화가 이뤄진 이후 30여년간 시행된 적이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로 평가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공급이 줄거나, 다른 석유제품으로 가격이 전가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가격 상한을 정하는 것은 시장에 역행하는 것이라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가령 (최고액 지정으로) 정유사가 손실을 보게 돼 공급을 줄이면 품귀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 통제로 정유업체나 주유소가 입은 손실을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해 줄 수 있다는 조항도 법에 포함돼 있어, 최고액 지정이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위험도 있다. 석유사업법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가 길어지면 물가 충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때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수입 원유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동산 수급에 직접적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한국 의존도가 낮아 간접 충격에 그쳤다. 그럼에도 2022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7.5%) 이후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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