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월세도 관리비도↑…프라이버시 버리고 ‘합가’ 택하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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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앞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원룸 매물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역 인근 원룸에 거주 중인 대학생 하수혁(24·가명)씨는 최근 투룸을 구해 함께 생활할 룸메이트를 찾고 있다. 현재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 관리비 월 9만원을 부담 중인 하씨는 “관리비 자체도 대학가 원룸치고 적지 않은데 전기·가스요금까지 따로 내다보니 매달 지출 규모가 상당해 주거비를 나눠 내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군 복무 중 모아둔 돈이 있어 자취를 시작할 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 지출은 예상보다 컸다. 전역 직후에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했으나, 고학년이 되어 취업 준비에 시간을 쏟으면서 수입도 줄어든 상황이다.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지영(25·가명)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셰어하우스를 떠나 단독 거주를 시작했지만, 계약 연장 과정에서 늘어난 주거비 부담 때문에 다시 공동 거주를 고민하게 됐다. 기존 7만원이던 관리비가 올해 갑자기 8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매달 내야 할 돈이 늘어난 데다 관리비에 포함되지 않는 전기·가스 등 공과금 부담도 커졌다”며 “혼자 사는 편안함보다 생활비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고물가 속에 월세와 관리비가 동시에 오르면서 대학가 주거 풍속도도 변하고 있다. ‘나 홀로 거주’보다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셰어(share)’ 형태가 늘어나는 추세다. 1인 가구의 독립성과 프라이버시보다 고정 지출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선택지가 된 셈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보증금 1000만원 기준)의 평균 월세는 62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상승했다. 평균 월세가 가장 높은 성균관대 인근 원룸은 73만8000원으로 1년 새 18.1% 뛰었고, 한양대 인근(64만2000원)도 11.3% 올랐다. 이화여대(71만1000원), 연세대(68만3000원), 고려대(66만3000원) 등 다수의 지역에서 월세가 60~70만원을 넘겼다.

‘퇴거 청소비 10만원’…관리비 편법 인상 여전

여기에 관리비 인상을 통한 ‘편법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갱신 시 전·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지만, 관리비에는 별도의 상한 규정이 없다. 학생들은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임대인이 수익을 보전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대학가 10곳의 원룸 평균 관리비는 8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5.1% 상승했다. 중앙대가 위치한 동작구의 경우 관리비가 전년 대비 21.4% 오른 10만2000원을 기록했다. 관리비 세부 내역을 알기 어려운 ‘깜깜이 통보’ 관행도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고지서 없이 구두나 문자로만 금액을 통보받거나, 퇴거 시 청소비 명목으로 10만원 안팎의 비용을 요구하는 특약 등이 대표적이다.

가파르게 오르는 주거 유지비는 1인실을 선호하던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24)씨는 “예전에는 기숙사도 1인실만 고집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사생활 보호보다 매달 나가는 관리비와 공과금을 줄이는 것이 훨씬 시급하고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생활비 부담에 야채처럼 살고 있다” 

대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기류 변화가 확인된다. 과거엔 생활 패턴이나 성향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게 룸메이트 구인의 최우선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관리비와 가스비를 정확히 나눠 낼 분”처럼 명확한 비용 분담 등을 조건이 대세다. 늘어나는 주거 비용 탓에 “아무도 못 만나고 야채처럼 산다”, “친구가 놀러 올 때 말고는 보일러도 거의 틀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하소연이 담긴 글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 인상에 대한 반발을 피하기 위해 관리비가 사실상 추가 임대료처럼 운영되는 경향이 있는데, 소규모 주거시설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투명하게 공개·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대학생 주거 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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