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왕이 "정상회담 준비 美도 협력해야"…2년째 ‘코리아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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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국 베이징 메이디야 호텔에서 왕이 중국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이 외신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 중국의 외교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왕이(王毅·73) 외교부장이 임박한 미·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미국 측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란 전쟁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휴전과 정치적 해결을 주장했다. 외교부장으로 12번째인 올해 전인대 기자회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한반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겸하는 왕 부장은 이날 오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교 분야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 전쟁과 미·중, 중·일 관계 등 90여분간 21개 질문에 답변하며 중국의 외교정책을 피력했다. 왕 부장의 이날 발언은 예년과 비교해 날 선 ‘전량외교’(戰狼·늑대전사) 용어는 구사하지 않은 채 온건한 메시지로 일관했다.

관심을 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여섯 번째 질문으로 소화했다. 미국 CNN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시정연설에서 중국을 언급하지 않는 등의 양국 관계 완화 노력에 대해 질문하자 왕 부장은 “양국이 교류하지 않으면 오해와 오판을 초래할 뿐이며 충돌과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왕 부장은 “올해는 중·미 관계에 ‘중요한 해(大年)’”라며 “고위층 교류 일정이 이미 탁자에 오른 만큼 양측이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적절한 환경을 만들며, 존재하는 갈등을 통제하고 불필요한 방해를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태도는 시종 적극적이고 개방적이었다”라며 “중요한 것은 미국 역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이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지만 세세한 준비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뉘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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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국 베이징 메이디야 호텔에서 열린 왕이 중국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 기자회견장. 왕 부장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외교부장 기자회견은 올해로 12번째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이란 전쟁은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외교, 중러관계에 이어 세 번째로 다뤘다. 이란 전쟁이 불러온 국제 질서의 변화를 중국이 중시한다는 의미다. 왕 부장은 “이란 전쟁이 각국이 모두 걱정하는 문제이자 현재 국제 정세의 초점”이라고 정의한 뒤 “휴전하고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주권 존중, 무력남용 불가, 내정 불간섭, 정치적 해결, 대국의 건설적 역할 등 다섯 가지 원칙을 촉구했다. 끝으로 “중동국가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중국은 중동에 질서를, 국민에게 안녕을, 세계에 평화를 돌려주길 원한다”며 원론적 발언에 그쳤다.

일본에 대해서는 80년 전 도쿄재판을 언급하며 역사 반성을 촉구했다. 왕 부장은 “일본 현직 지도자가 대만 문제가 일본의 ‘존망 위기 사태’를 구성하며, 이른바 집단 자위권 행사를 주장했다”며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인데 일본이 무슨 자격으로 개입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을 알 수 있다”며 “많은 일본 국민이 눈을 부릅떠 오늘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왕 부장은 지난 2024년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 동시 추진) 아이디어와 단계적·동시적 원칙에 입각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언급한 뒤로 2년째 ‘한반도 패싱’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임박한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는 의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중국은 북핵을 2024년 한·중·일 3국 서울회의 공동성명에서 정치적 해결만 언급하는 등 북미 당사자 원칙을 따르고 있다”면서 “북한도 9차 노동당 대회 특사의 베이징 파견을 늦추며 북·중 양국 관계를 조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공격 등 미국의 독주 속에서 북한 문제가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대변인 출신 유엔 부대표 돌연 2선 퇴출

한편 지난 6일 중국인민외교학회는 홈페이지에 겅솽(耿爽·53) 주유엔 중국대표부 부대표를 부회장으로 수정 게재했다. 겅솽의 급작스러운 인사로 중국 외교부의 승진 요직이던 대변인의 연쇄 낙마와 2선으로 전출이 이어졌다. 지난 2023년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이 불명예 낙마했고, 지난해에는 류젠차오(劉建超) 전 중앙대외연락부장이 돌연 낙마했다. 겅솽과 함께 1970년대생인 자오리젠(趙立堅·54)과 왕원빈(王文斌·55) 대변인 역시 2023년과 2024년 국경 해양국 부국장과 국장급 대사인 캄보디아 대사로 밀려났다.

특히 겅솽의 인사를 놓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일본·베네수엘라·이란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 외교의 연이은 패착에 따른 문책성 인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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