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격 사과하더니 또 걸프국 친 이란…'중동 전쟁'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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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5일 이란의 공습으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9일째로 접어든 8일, 중동 곳곳이 화염에 휩싸이며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주변 걸프국 국가에 대한 공격을 멈추겠다며 사과했지만,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공격이 재개됐다. 공격을 받은 국가들이 "사악하고 위험한 침략 행위"라고 반발하는 등 다자 간의 충돌 구도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로이터, AFP 등에 따르면 이란은 7일 밤부터 8일 오전 사이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 주변국을 타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8일 수도 리야드 인근에서 드론 30여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는 미국 대사관 인근과 샤이바 유전을 겨냥했다고 한다. 또, 쿠웨이트는 이날 쿠웨이트 국제공항의 연료 탱크 등을 겨냥한 드론 공격에 대응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 건물과 일부 민간 시설이 피해를 봤고 국경 경비 대원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는 전날 공중에서 요격된 발사체 파편에 맞아 한 운전자가 사망했으며, 바레인은 이날 수도 마나마의 항구 인근 시설이 공격을 받아 전 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주변국 다수를 무차별 타격하는 배경에 대해 “전선을 최대한 넓혀 미국과 동맹국에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부과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이날 공습에 대해 해당 국가가 아니라 미군 기지 등을 겨냥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대법원장은 7일 X(옛 트위터)에 해당국 미군 기지들이 이란 공습에 이용되는 점을 지적하며 "이들 목표물을 상대로 한 강화된 (이란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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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하지만, 당초 이란과의 확전을 피하려던 걸프국들의 인내심도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걸프협력회의(GCC)는 8일 공식 성명을 내고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기반 시설을 겨냥한 이란의 사악한 공격은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고 이란의 확전 방식을 확인시켜 주는 위험한 침략 행위"이라고 규탄했다. 2일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던 것보다 수위가 올라갔다.

한편, 로이터는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사과를 표명하기 전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하면서 "사우디의 영토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계속된다면, 사우디도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경고했다고 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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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일대의 건물 잔해.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도 이날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를 공습해 4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당했다. 이스라엘은 성명을 통해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해외작전부대인 쿠드스군 지휘관들을 겨냥한 '정밀 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소탕을 내걸고 이들의 근거지인 레바논에 대대적인 공습을 진행 중이다. 7일에도 레바논 동부 베카 계곡 인근에 병력을 투입해 공격했다. 레바논은 이 공격으로 4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TV연설을 통해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키는 것은 당신들의 책임"이라며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이제 당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때"라고 압박했다.

전쟁에 대해 소극적이던 유럽도 점차 빨려 들어가고 있다. 당초 '개입 불가'를 외쳤던 영국은 미군의 디에고 가르시아 영국 공군기지(인도양 차고스 제도) 이용을 불허했던 방침을 바꾼 데 이어 키프로스와 카타르 등에 군함과 전투기를 급파했다. 프랑스 역시 아부다비의 프랑스 해군 기지가 드론에 피격되자 라팔 전투기를 파견하고 샤를 드골 항공모함의 지중해 급파를 공식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전략적 파트너 국가의 요청이라며 탄도 미사일 요격용 방공 시스템을 보냈다. 또, 자국 내 미군 기지를 병참이나 비전투 작전용으로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

한편 이란 대통령의 '화해' 메시지에도 몇 시간 만에 주변국 공격이 재개된 것을 두고 이란 지도부가 심각한 권력 분열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실질적인 군사권을 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온건파인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타격을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에제이 대법원장 등이 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디언도 하메네이 사망 이후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면서 "전시 상황인데도 중앙의 지휘 체계가 무너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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