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가 62달러가 2% 성장 전제인데…벌써 92달러 ‘S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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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물가는 상승하고 경기는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가 세계경제에 드리웠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2% 경제성장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점(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는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배럴당 8.5% 오른 92.69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3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이다. 중동 긴장 고조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뛰었다. 실제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석유공사와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KPC)는 긴장 상황에 대응해 원유 생산을 예방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국내 석유제품 값도 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8일 오후 서울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가격은 각각 1945.73원, 1967.19원으로 2000원 선에 근접했다.
지난달 한은이 올해 2% 경제성장률을 전망할 때 기준으로 가정한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62~64달러였다. 국제유가가 이보다 크게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2% 달성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유가 상승은 운송·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소비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경우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150달러를 넘을 경우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여기에 미국 고용 둔화 신호까지 겹쳤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지난 6일(현지시간)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한 달 전보다 9만2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전망(5만9000명 증가)을 크게 밑돌았다. 로이터통신은 “고용 둔화와 유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거론되는 4~6주 내 전쟁 종료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올해 한국 성장률도 2%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정책을 펴온 정부엔 큰 악재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위기 상황을 악용한 ‘바가지’ 행위에 대해 제재 방안이 있는지 점검해 보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30여 년간 시행된 적이 없는 석유제품 최고 가격 지정제 카드도 꺼내들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8일 “(지정제 시행에 필요한) 준비를 거의 마쳤다”며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석유 가격이 크게 등락할 때 최고액을 정할 수 있는 근거는 석유사업법 제23조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해당 조치는 1997년 유가 자유화가 이뤄진 이후 시행된 적이 없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가령 (최고액 지정으로) 정유사가 손실을 보게 돼 공급을 줄이면 품귀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 통제로 정유업체나 주유소가 입은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줄 수 있다는 조항도 법에 있어,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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