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호르무즈 해협만 쳐다본다…정유·해운·석화업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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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빚어진 중동 사태가 한국 산업과 경제의 심각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었다. 국내 산업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동산 원유와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요 수출길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에너지 수송 차질로 인한 업종별 연쇄 충격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장 직격탄을 맞는 업종은 정유·석유화학업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 LNG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사태 발생 직전인 지난달 27일보다 28.37% 올랐고, 원유 운임 비용을 나타내는 발틱원유유조선지수도 55%가량 상승했다.

국내로 들여오던 원유 운반선 7척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갇혀있는 것도 문제다. 선박 한 척당 최대 200만 배럴(국내 하루치 석유 소비량)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데, 일주일치 국내 석유 소비 물량이 유통 중단된 셈이다.

정유업체들은 미국·브라질·서아프리카 등 중동 외 지역과 우회 송유관 등을 통해 대체 원유 확보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중동 물량을 대체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불가피할 경우 설비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다른 산업까지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가동중단(셧다운)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발 공급 과잉에 대응해 생산량을 줄이느라, 나프타 원료를 1~2개월 분량만 비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간 229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가진 업계 1위 여천NCC는 지난 4일 ‘공급 불가항력’을 맞았다며 주요 고객사에 제품 공급 지연을 통보했다.

해운업계는 유가와 보험료가 치솟으며 고민이 커졌다. 선박 운임이 오르며 수요 감소를 우려하는 것이다. 운임 증가에 따른 파장은 자동차 업계로 확산 중이다. 현대차는 중동 시장에서 약 10%의 판매 점유율을 기록 중인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차량과 자동차 부품의 운송이 지연되고 물류비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도 선박 운임 증가와 일정 지연에 따른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헬륨은 노광장비 냉각, 웨이퍼 누설 점검 등에 쓰이는 반도체 필수 소재인데 국내에서 사용하는 헬륨의 90%는 카타르에서 수입해온다. 반도체 업체들은 중동 주요국이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돼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항공유 가격 인상으로 내달 유류할증료 인상이 불가피하자 여객 수요가 감소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중동 사태에 대한 불안감으로 관련 상품에 대한 취소·환불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유럽행 여행의 주요 경유지라, 중동뿐 아니라 유럽 여행 상품도 타격을 받고 있다”며 “유가 급등으로 항공권 가격이 오를 경우 전반적인 여행 심리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당분간 중동 여행상품 취소 요청은 계속 늘어날 전망으로,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3월 관련 여행상품을 취소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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