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널뛰는데, 역대 최대 ‘빚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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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로 증시가 크게 출렁이는 가운데 빚을 내서 투자(빚투)하는 규모는 연일 최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코스피가 고꾸라지자 주식을 싼값에 살 기회라고 판단한 투자자가 몰린 탓이다. 빚투 열풍에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크게 증가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694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게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 기대가 커질수록 잔고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코스피가 추락한 시기에도 빚투는 오히려 늘었다. 미국·이란 전쟁 직전(지난달 27일) 32조6689억원이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쟁 여파로 코스피가 7.24% 급락한 지난 3일 32조8040억원으로 증가했다. 코스피가 12.06% 급락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한 지난 4일에도 33조1977억원으로 늘어나 처음으로 33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자들이 급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면서 이틀 만에 5000억원 넘는 되는 돈을 빌려 추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초단기 빚투로 분류되는 위탁매매 미수금도 늘었다. 지난 5일 위탁매매 미수금은 전쟁 전의 배가 넘는 2조1487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사상 최대다.
이런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2거래일 안에 대금을 갚는 방식이다. 만약 주가가 떨어져 미수금을 갚지 못하면 곧바로 주식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 절차에 들어간다.
주가 추락과 맞물려 반대매매는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전날(약 225억원)보다 245% 급증한 777억원에 달했다. 지난 3일(약 92억원)과 견줘 8배 이상 규모로,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3일 주가 급락으로 증거금이 부족해진 투자자들이 추가 납입을 하지 못해 강제 처분된 물량으로 파악된다.
증권가에서는 빚투가 지수 하락을 더 부추기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 기준으로 증거금률(60%)을 채우지 못해 담보 부족 상태가 이틀간 이어지면, 다음날 전일 종가보다 15% 낮은 금액으로 주식이 팔리게 된다. 이럴 경우 투자자 손실이 커지고, 다시 담보 부족으로 이어져 2차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빚투 위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7227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이 설정한 대출 한도가 아닌 실제 사용된 대출액으로, 지난 2022년 12월 말(42조546억원) 이후 약 3년2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지난달 27일(39조4249억원) 이후 불과 3영업일 만에 1조2979억원(약 3.3%) 급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 연초 상여금 등 영향으로 마통 잔액은 30조원대로 떨어졌다가 이란 사태에 저가 매수를 노리는 수요로 최근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옥 기자
은행권 예금에 있던 돈도 이달 증시로 대거 옮겨간 것으로 추정된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5일 기준 944조102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7872억원 줄었다. 대기성 자금 성격을 띠는 요구불예금도 같은 기간 8조5993억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전쟁 장기화 여부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는 자제할 것을 조언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의 본질은 유가에서 출발하는데 환율이나 외국인 매도 움직임 등 아직 매수를 위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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