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실랑이’와 ‘승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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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시대 과거에 급제한 사람을 가리켜 ‘신래(新來)’라고 불렀다. 지금으로 치면 ‘신입’을 뜻한다. 과거에 합격했지만 ‘신래’에게는 임금이 내리는 합격 증명서를 받을 때까지 지루하고 혹독한 신고식이 이어졌다.
급제 선배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래를 집 밖으로 불러냈다. 그러곤 신래 얼굴에 먹칠을 하거나 신래에게 모욕적인 행동을 하게 했다. ‘호신래(呼新來)’라고 하는 관행이었다. 구경꾼들이 모이고, 음악이 연주되는 곳에서 앞으로 오랬다 뒤로 가랬다를 반복시키다 개 흉내를 내게 하기도 하고, 시궁창에 눕히기도 했다. 갖은 괴롭힘이 가해졌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이 합격 증명서를 받으러 간 자리. 관리들은 이들을 ‘신래위’라는 구령으로 호명했다. 이 ‘신래위’가 변해 ‘실랑이’가 됐다. ‘호신래(呼新來)’에 붙은 이미지가 ‘실랑이’에 그대로 따라붙었다. ‘실랑이’는 “이러니저러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이란 말이 됐다. 다음처럼 쓰인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괜한 실랑이를 벌였다.”
‘승강(昇降)이’는 “서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이란 뜻이다. ‘실랑이’처럼 일방적이지 않다. ‘승강’이 “오르고 내림”이란 뜻이니 기세를 한쪽만 올리는 게 아니다. 양쪽이 같이 올렸다 내렸다 한다. 그러면서 서로 자기가 맞다고 우기는 거다. 다음 문장에서 사용된다. “의견 차이로 팀원들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그런데 이 문장에선 ‘승강이’ 대신 ‘실랑이’가 쓰여도 잘못된 건 아니다. ‘실랑이’는 뜻이 넓어져 ‘승강이’의 뜻도 갖게 됐다. 그렇더라도 일방적 괴롭힘일 땐 ‘실랑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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