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법3법 통과되자…"남편 면접교섭권 뺏을 수 있나요?" 문의 [사법체계 대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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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전남편이 아이를 보러 오는 게 싫어요. 재판소원으로 면접교섭권을 뺏을 수 있나요?”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최근 이런 문의를 받았다. 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뒤집을 수 있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직후였다. 이혼 뒤 양육권을 가진 여성이 전남편의 면접교섭권을 박탈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김 변호사는 “면접교섭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여서 그걸 막는 건 재판소원법 취지와 반대되는 것”이라며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소원 요건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하고 돌려보냈다”고 했다.
지난 1월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변호인 접견불허 위헌확인 헌법소원 선고기일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법원의 심급제도로 구제받기 어려운 재판 절차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를 보완한다”며 추진한 재판소원법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을 마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도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법권으로부터의 기본권 보호에 대해 사각지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촘촘한 기본권 보장의 체계를 만드는 데 가장 큰 마지막 완성 단계”라고 도입을 반겼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론화 없이 진행돼 사법부는 물론 국민도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법원의 확정판결도 헌재가 취소할 수 있다. 현행 사법 체계에 상소(항소ㆍ상고)가 아닌 불복 절차가 추가돼 사실상 ‘4심제’로 운용된다. 청구 사유는 ‘기본권 침해’다. 한 재경 지법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다투는 사건 중에 기본권과 관련되지 않은 게 없기 때문에 변호사들은 모든 것을 기본권 침해라고 끌어와서 소송을 제기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표적으로 ‘행복추구권’(헌법 10조)이 전제가 되는 이혼소송에서 재판소원은 헌재에서 한 번 더 다퉈볼 명분이 된다. 대법에서 이혼 확정판결을 받고 자녀의 양육권을 얻은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재혼했을 경우가 한 예다. 이때 앙심을 품은 전 배우자가 재판소원을 청구하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여 대법 판결이 취소됐을 때 복잡한 일이 발생한다. 그러면 재혼은 중혼이 되기 때문이다. 중혼은 민법이 규정한 일부일처제 원칙에 따라 금지되고 혼인취소 사유가 된다. 양육권을 둘러싼 다툼 역시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차준홍 기자
경매로 낙찰받은 아파트 무효될 수도
경제 문제와 관련한 다툼에서도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재판 취소 시까지 혼란상이 생길 수도 있다. 예컨대 “내 건물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서로 벌인 경우에 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이긴 사람이 재빨리 건물을 철거해 버릴 수 있다. 만일 그 상황에서 헌재가 재판을 취소해 버린다고 해도 재판소원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헌재의 재판 취소에 따라 법원의 강제집행 명령으로 진행됐던 경매 역시 효력을 잃을 수 있다. 이 경우 재판과는 상관없는 경매 낙찰자 등 제3자가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된다. 법원의 경매로 서울의 아파트를 낙찰받고,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해 전세보증금을 받은 경우에도 이젠 안심할 수 없다. 해당 경매의 근거가 된 확정판결이 재판소원으로 취소되면 낙찰로 얻은 아파트 소유권 취득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어서다. 이미 납부한 수억원의 매매 비용은 누구에게서 어떻게 돌려받을지,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은 누가 반환해야 하는지 등을 둘러싸고 새로운 법적 분쟁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정치인에겐 ‘임기 연장술’
기본권 침해를 명분 삼아 법원 판결의 효력을 늦추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맹점도 지적된다. 비리 국회의원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임기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하지만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유죄가 확정된 국회의원이 재판소원을 활용할 경우 잔여 임기를 채우며 의원직을 이어갈 가능성이 생긴다. 정치인들 입장에선 법원 판결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이후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임기 연장술로 쓸 방법이 생기는 셈이다. 보궐선거 실시 여부도 불명확해지고, 보궐선거 후 재판소원으로 기존 재판이 취소되면 한 지역에 두 명의 의원이 존재하는 상태도 가능할 수 있다.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임기 시작 전부터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지만, 재판 단계에서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며 기소 후 4년2개월 만에 최종 결론이 나왔다.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아 의원직이 최종 박탈됐을 때는 이미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마친 이후였다. 재판소원제로 인해 앞으로 비리 연루 의원들은 확정판결 때까지 이보다 더 긴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재판소원을 통한 재판 지연 전략은 상속 분쟁에서도 빈번히 쓰일 수 있다. 누가 법적으로 진짜 상속인이 되는가를 확정하는 핵심 절차인 친생자 관계확인 소송에선 이미 재산을 점유하거나 등기를 확보한 사람이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된다. 따라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소송을 지연시키는 게 이익이 된다.
김영옥 기자
“권리구제 사각지대 보완” 측면도
이런 우려들과 달리 헌재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처음엔 헌재에 많은 사건이 들어오겠지만 점차 법리가 형성되고 정리가 될 것”이라며 “법률과 헌법에 위배되는지 법원만 판단하는 걸 넘어서 외부에서 한 번 더 걸러준다는 효과는 있다”고 평가했다. 판사 출신인 변희찬(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재판소원법은 권리구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려는 취지가 있다”며 “헌재가 확정된 재판의 취소 및 환송이 가능하도록 법에 명문화한 점은 소송 당사자 입장에서 또 하나의 강력한 권리구제 수단으로써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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