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헌재가 취소한 재판, 다시 대법원 갈까 원심 재판부 갈까 [사법체계 대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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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이 급작스럽게 발의한 재판소원법에는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한다는 내용만 들어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추후 입법에 맡기고 있다.
취소 후 재판은 어느 법원이?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취소 이후에는 “법원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하여야 한다”고만 돼 있다.

헌법재판소 전경. 중앙포토
이 때문에 헌재에서 취소한 재판을 다시 심리하는 게 대법원이 될지, 원심 법원이 될지 불명확하다. 만일 대법원의 ‘상고 기각’ 결정이 헌재에서 취소된다면, 사건이 대법원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혹은 주문(主文)을 선고한 원심 법원으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만일 재판 절차상의 기본권 침해가 1심에서 발생했다면 1심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재판소원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실무적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헌재에서 가이드라인을 주면 소송지휘권 행사를 헌재가 하는 셈이 돼 버려 권력 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법관 전원합의체가 심리한 사건을 헌재에서 취소했을 때는 사인이 더욱 복잡해진다. 전원합의체 사건이 취소돼 대법원으로 돌아오면 어디서 심리할지도 불분명하다. 통상 대법원에서 파기한 사건이 2심 법원으로 되돌아오면 기존 재판부를 배제하고 다른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한다. 같은 판사가 자신이 심리했던 사건을 다시 맡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법관 전원이 관여하는 전원합의체 사건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 대법원 측은 “재판을 어디서 하는가는 문제인데, 국회 입법 없이 법원에서 정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록 송달은 어떻게…소통 없는 헌재와 대법
법리적인 문제 이전에 현실적인 과제들도 있다. 법원은 전자소송의 경우 법관이 내부 시스템인 ‘기록 뷰어’로 기록을 보고, 전자화가 안 된 형사 사건 일부는 종이 기록으로 심리한다. 이 뷰어는 헌재에는 없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수만 쪽에 달하는 기록을 어떻게 법원에서 헌재까지 이송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일각에서는 “일일이 기록을 복사해 트럭으로 헌재에 배달하는 촌극이 벌어질 수 있다”(부장판사)는 말도 나온다. 대법원 판결 후 증거는 검찰이 보관하는데, 검찰에서도 “기록을 보관, 폐기하거나 헌재에 넘기는 문제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부장검사)고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시스
헌재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지정재판부에서 각하될 것이므로, 기록 이송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사건이 재판관 9명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되면 기록을 검토하는 구조를 헌재는 구상 중이다. 헌재 관계자는 “기소유예 사건도 수사기록을 받아보고, 탄핵심판도 인증등본 송부촉탁을 통해 기록을 받아봤다. 기록 제출이 가능한 근거 규정이 있다”며 “대용량 기록은 간이하게 하는 방법을 법원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재판소원법은 ‘공포 즉시 시행’인 만큼 재판 취소를 다투는 사건이 당장에라도 헌재에 쏟아질 수 있다. 사법 3법은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돼 늦어도 19일까지는 공포 예정이다. 법안 시행 전인 현재도 헌재에는 재판소원 절차를 묻는 전화 문의가 1시간에 4~5건꼴로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홈페이지에 “개정 법률은 국회 본회의 통과 시가 아닌 ‘대통령이 공포한 날부터 청구하는 경우’에 적용된다”는 안내 팝업을 띄웠다. 헌재는 1, 2심과 대법 판결 모두 재판소원 대상으로 하거나, 대법의 확정판결만 재판소원 대상으로 삼는 방안 등 여러 대안을 고심하며 심리 건수를 줄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김경진 기자
그럼에도 대법과 헌재 양측 간 소통창구는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헌재는 내부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매일 회의를 열고 규칙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판관들도 회의를 열고 사건 접수 및 배당, 연구부 운영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건을 넘겨줄 대법과 넘겨받을 헌재 사이의 소통은 거의 없다고 한다. 헌재 관계자는 “실무진끼리는 일부 의사소통이 있었다. 협의는 지금부터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김진한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다. 헌재가 더 많은 사건을 통제하겠다고 나서면 헌재도, 법원도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사건을 걸러내는 설계가 시급한 과제”라며 “변호사들에게도 분명한 매뉴얼을 줘서 어떤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청구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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