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檢 파견 2년, 밀수범 검거도 도왔다… 공무원 눈으로 본 마약범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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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에서 일할 때 의료용 마약은 단순히 ‘관리 대상’이었습니다. 데이터를 잘 보고 규정 위반 등을 단속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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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소속 보건직 공무원으로 부산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에서 파견근무중인 박석민 주무관. 김민주 기자

부산시 보건위생과 소속 보건직 공무원(6급)으로 부산지검에서 파견 근무 중인 박석민(45) 주무관은 지난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짧은 검찰 파견 근무에서 마약에 취해 본인과 주변, 공동체를 위협하는 이들의 문제를 생생히 목격했다. 두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료마약 관리하던 늘공, ‘어검공’ 됐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박 주무관은 2024년 2월부터 부산지검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강력범죄수사부 마약범죄특별수사팀 소속으로, 검찰 직원들 사이에선 ‘박 계장님’ 혹은 ‘박 반장님’으로 불린다.

검찰이 이런 파견을 자치단체에 요청한 건 2022년 10월 마약범죄 수사 강화를 위해 특별수사팀을 설치하면서다. 박 주무관에 앞서 파견된 직원 2명은 각 1년씩 근무했다. 부산 ‘어검공’(어쩌다 검찰 파견 공무원)들 중 기간을 연장해 2년 넘게 검찰에 머무는 건 박 주무관이 처음이다.

박 주무관은 “검찰 파견 근무는 자원한 것”이라고 했다. 2010년 공무원이 된 그는 본래 보건소에서 의약업소 지도점검 업무를 담당했다. 의료기관과 약국, 약품 도매상 등 업장에서 프로포폴ㆍ펜타닐 등 의료용 마약류가 적법하게 유통ㆍ처방ㆍ관리되는지 살피는 게 주된 업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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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등 불법투약 전문 의료기관 압수품. 사진 연합뉴스

그런 박 주무관에게 2021년 경남 창원에서 일어난 10대 중ㆍ고생 40여명의 펜타닐 불법 처방ㆍ투약 사건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는 “펜타닐은 말기 암 등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자에겐 꼭 필요하다. 이런 마약성 진통제가 무분별하게 처방돼 남용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했다. 이어 “행정에서 쌓은 업무 경험으로 검찰 마약 수사를 도우면 이런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檢 도와 20여건 마약 수사 참여  

파견 기간 박 주무관은 20여건의 의료용 마약 수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의료용 마약류 오ㆍ남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스크리닝을 돕는 게 1차 업무다. 기본적으로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접속해 해당 기관에 있는 마약 종류, 재고 등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주무관은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의사 등과 대화 창구 역할을 했다. 검사나 수사관 수사 역량은 뛰어나지만, 의료용 마약 관리 체계나 관련 용어, 약물 관련 대장 관리 방식 등에 대해서는 나처럼 파견된 보건직 공무원이 더 잘 안다”며 “압수수색에서 어떤 문건을 확보하면 좋을지 조언하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일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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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케타민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 부산지검

비(非)의료용 마약 수사에 참여한 적도 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인 A씨(33)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태국에서 케타민 1.9㎏(시가 1억원 상당)을 밀수입한 사건이다. 현재 A씨 등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 주무관은 “협업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검찰 쪽 상사가 제안해 이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수사를 보조하면서 검찰 마약 수사의 역동성과 전문성을 목격했다”며 “특히 해외 마약을 국내로 들여오는 수법이 어떻게 고도화했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 사건 해결을 계기로 검찰과 부산시 사이의 신뢰도 두터워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견ㆍ협력 꼭 필요, 많은 분 경험하길”  

파견 근무에서 박 주무관은 수익만 좇는 일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수익을 위해 일부 의료인이 빼돌린 프로포폴 등이 의료용 마약 범죄의 시작점”이라며 “이렇게 빼돌린 마약으로 인해 수많은 투약자가 생긴다. 투약자 주변은 피폐해진다”고 했다.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전용 업소에 대해서는 “폐쇄적으로 운영하며 은밀히 마약을 투약하는 온상이 된 곳이 많다”고 짚었다. “보건소로 돌아가면 파견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용 마약류 관리와 단속 강화에 일조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박 주무관은 “보건직 공무원이 수사에 도움을 주는 구조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잘 정착되면 수사 효율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파견 업무가 보람된다. 더 오래 배우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하지만 전체 조직 차원에서 보면 더 많은 보건직 공무원이 이 자리를 경험해보는 게 좋다. 파견 종료 때까지 수사를 잘 보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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