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이란 사태 의식했나…외화벌이 '대표상품' 평양 마라톤 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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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차 평양국제마라톤경기가 지난해 4월 6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진행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4월 초 개최를 예고했던 평양국제마라톤대회를 돌연 취소했다. 이미 참가자 모집이 완료돼 외화를 벌어들일 좋은 기회인 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외국인 대상 관광사업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 사태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자신들이 취약한 내부 상황이 노출되거나 외부 정부가 유입되는 것을 우려해 예민한 반응을 내놓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전문 여행사이자 평양마라톤위원회의 공식 파트너사인 고려투어는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육상연맹 사무총장으로부터 연락받았다면서 “참가자 여러분께 2026년 평양 국제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지 않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은 고려투어 측에 구체적인 취소 사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고려투어는 “저희는 이 결정이 행사 주최 측보다 상위 기관에서 내려진 것으로 이해한다”라며 “참가를 희망한 분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릴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대회 취소는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취소 결정이 대회 주최 측이 아닌 북한 당국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란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태양절)을 기념해 1981년부터 열린 평양국제마라톤대회는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상품로 분류된다. 김정은이 계기마다 관광업 육성을 강조해 온 만큼 북한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국경을 열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던 이유다.
사진 고려투어스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고려투어 측은 지난해 12월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5시간도 안 돼 준비된 모집인원 500명 자리가 모두 매진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한이 구축해 놓은 강원도 원산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함경북도 경성군의 염분진해안공원 등 동해안 관광 벨트와 연계한 추가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김정은은 2024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직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해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관광업을 발전시키면 사회주의 문화건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과 함께 지방의 진흥과 나라의 경제 장성을 추동하는 또 하나의 동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대회 취소 결정은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체제에 미칠 파장을 염두에 두고 내린 조치라는 분석을 내놨다. 북한 입장에선 자유분방한 성향을 가진 외국인 관광객을 통제하는 건 체제의 안위와 직결된 문제일 수 있어서다. 관광객들이 SNS를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만큼 북한 내 열악한 환경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거나 이란 사태와 같은 민감한 외부 사안과 관련한 내용을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체제 통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초에 시작한 서방 관광객 대상 관광사업을 3주 만에 중단한 것도 이런 영향으로 해석됐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이 이란을 선제적으로 공격하면서 북한 역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해 지난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비판하면서도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 사실은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공습 한 번으로 최고지도자가 제거된 사실을 알릴 경우 주민들의 동요를 우려해 정보를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도 이번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혈맹이자 우방국인 중국에서 대형 외교 이벤트가 열리고 김정은의 숙원사업인 ‘핵보유국 인정’에 열쇠를 쥐고 있는 트럼프가 또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도 있는 만큼 관련 대응에 집중하자고 판단한 것일 수 있다. 당초 북한이 예고한 마라톤 대회 일정은 4월 5일이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주민을 향해 봉기까지 언급한 마당에 내부 통제와 외교 현안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당분간 이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트럼프와의 대좌 여부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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