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민 90% 자가 보유…'주택 천국' 싱가포르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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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공공이 토지 확보에서 주택 배분, 금융 조달 등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다. 사진은 싱가포르 HDB 아파트. [사진 주택개발청]
싱가포르는 토지 국유화를 바탕으로 정부가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해 국민의 90%가 자가를 갖고 있는 ‘주거안정 국가’로 꼽힌다. 국민의 실거주를 돕되 2채 이상 집을 취득하거나 보유할 땐 강한 취득세와 보유세를 물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있다. 다만 양도소득세가 없고, 4년 내 매도 시 단기매도세를 매긴다.
싱가포르 주택 정책의 근간이자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물론 토지 국유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초기 자본이 없는 이들이 부담 없이 집을 살 수 있도록 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세제·도시계획 등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맞물려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한국뿐 아니라 영국·미국 등 주요 국가도 이를 벤치마킹하거나 참고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고 있는 이유다.
정책의 출발점은 1960년대 리콴유(1923~2015) 초대 총리의 강한 정치적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는 주택을 단순한 복지수단이 아니라 국가 건설 전략으로 삼았다. 리 총리는 훗날 “처음부터 자가 보유 사회를 만들고 싶었고, 모든 시민이 나라에 지분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제도의 몸통은 1960년 출범한 주택개발청(HDB·Housing and Development Board)이다. 우리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격이다. 1966년 제정된 토지수용법은 정부가 공공 목적의 토지를 강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초대 의장 림킴산(1916~2006)은 이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대량 공급을 성공시키며 당시의 심각한 주택난에 대응했다. 1949년 31%에 불과하던 공공소유 토지는 2000년대 초반 90%로 급상승했다.
차준홍 기자
림킴산이 공급의 틀을 만들었다면, 그 바통을 이어받은 류타이커(1938~2026) HDB 의장은 싱가포르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설계한 인물이다.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살고 싶은 주거 단지로 만들었다. 각 공공주택 지역을 상가·학교·공원·병원·대중교통과 보행망이 함께 들어서는 생활권 타운으로 조성했다. 우리의 뉴타운 신도시를 쉽게 떠올리면 된다.
차준홍 기자
싱가포르 ‘CPF 마법’…‘집값 5%’ 현금 있으면 자가 소유
주택금융 구조 또한 독보적이다. 싱가포르는 HDB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을 중앙적립기금(CPF·Central Provident Fund)을 활용해 자가 주택 소유가 가능한 구조다. CPF는 우리의 국민연금처럼 종합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다목적 기금으로, 싱가포르 시민은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CPF 적립금은 주택 구매 시 초기 부담금과 대출 상환에 활용된다. 통상 주택가격의 25%를 초기 부담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그 중 5%는 현금, 나머지 20%는 CPF 보통계정 적립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 여기에 생애최초주택 구매 가구, 특히 신혼부부와 저소득 가구를 위한 정부 지원과 결합된다. 최대 23만 싱가포르달러(약 2억700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 공공주택 가격은 3룸(전용면적 약 60㎡)이 3억~3억9000만원, 4룸(약 90㎡)은 4억~5억7000만원 수준이다. 이렇게 자가 진입 자체를 국가가 강하게 뒷받침한다는 점이 한국과 가장 다른 지점이다.
차준홍 기자
다만 싱가포르 공공주택은 영구 소유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99년 임대’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론 자가의 성격이 강하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의무 거주기간 후에 되팔 수도 있다. 실거주 안정과 자산 형성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의미다.
세제는 투기에는 엄격하고, 실거주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싱가포르 시민이 주택 두 채를 취득 때는 20%, 세 채 이상은 30%, 외국인의 주거용 주택 취득은 60%의 추가취득세(ABSD)가 적용된다. 반면 상속세는 폐지됐고, 일반적인 부동산 매각 차익은 한국처럼 포괄적 양도세 체계로 과세하지 않는다. 실거주와 장기 보유에는 우호적이되, 추가 취득과 투기에는 매우 엄격한 구조다.
이런 공공주택 시스템의 성과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중위소득 대비 중위주택가격 배율(PIR)은 4.2였다.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주택 마련에 평균 4.2년가량 걸린다는 의미다. 세계의 주요 대도시는 PIR가 5를 넘고, 일부는 15에 육박한다. 서울은 2024년 기준 13.9였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만 달러에 육박하는 고소득 국가이면서도 이처럼 낮은 주택 부담을 유지해 왔다. 이는 주거안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거비 상승이 임계점을 넘으면 인재가 떠나고, 활력이 사라진다.
차준홍 기자
싱가포르에서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집값 문제를 단일 정책으로 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금만으로도, 공급만으로도 안 된다. 공공주택 공급, 토지 확보, 연금 연계 금융, 신혼부부와 저소득층 지원,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전매 제한과 공공보조 환수까지 가능한 수단을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동시에 작동시켜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 거론되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갭투자성 보유에 대한 과세 강화는 ‘과도한 시세차익을 그대로 사유화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싱가포르식 문제 의식과 결이 닿아 있다.
토지의 90%를 국가가 소유·관리하는 인구 611만 명의 도시국가 모델을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용한 토지를 단기 분양 재원으로 소진해온 관행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이 확보한 토지를 청년과 신혼부부의 자가 진입을 돕고 핵심지 공공주택을 확충하며, 과도한 시세차익의 사유화를 막는 장기적 공공 자산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특정 정책 하나를 이식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토지·금융·세제·공급·도시계획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주택 거버넌스와 정권을 넘어 지속하는 장기 실행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싱가포르가 한국에 던지는 진정한 시사점이다.

☞이관옥 교수=이화여대 건축학과 졸업 후 미국 하버드대 도시계획학 석사,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부터 NUS 경영대학 부동산학과에 재직하면서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 한국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주택 및 도시계획 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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