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스피 7000 간대서” 전세금·학자금 ‘몰빵’… 널뛰는 주가에 잠 못드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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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며 투자자들이 대혼돈을 겪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1.34포인트(5.17%) 급등한 5523.21에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피가 급등하자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6분쯤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전날 국제유가 급등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미 장중 한때 6% 넘게 폭락하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한 지 하루 만이다.
코스피가 하루걸러 급등락을 반복하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회사원 이모(55)씨는 주식 호황에 자녀 대학 학자금과 전세금 3억원을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했다가 70% 가까이 손실을 봤다. 이씨는 “우량주 산 사람들은 사정이 좀 낫다. 코스닥 개미는 다 죽는 판”이라며 “5000원 주고 산 주식이 반 토막 났다가 이란 전쟁 이후 1000원대로 떨어졌다”고 했다.
30대 맞벌이 회사원 명모(34)씨도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현금 1억5000만원을 모두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 7000 돌파를 기대하며 지난달 1500만원이 든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더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때 35% 수익률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최근 5%로 뚝 떨어졌다. 명씨는 “코스피 운전대를 하메네이 일가가 잡은 건가 싶다”라며 “결혼 축의금, 퇴직금을 다 모아 투자한 거라 손실을 볼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0.1% 등락에 엇갈리는 희비를 표현한 밈.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널뛰는 주가에 투자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며 투자를 부추기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오전 한 주식갤러리 이용자는 “지금이 삼닉(삼성전자, 하이닉스)이 제일 쌀 때”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5년 전부터 3억원을 주식시장에서 굴리고 있는 회사원 황모(45)씨는 “가만히 있으면 자산소득으로 5배, 10배를 버는 사람들에게서 뒤처져 거지가 되는 세상”이라며 “폭락했을 때가 저점매수 타이밍”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것) 규모도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4일 33조1978억원, 5일 33조694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3월 18조원과 비교해 87.1% 폭등한 수치다. 신용거래융자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주식 투자를 위해 주식을 담보로 빌리는 돈이다. 신용거래융자로 투자할 경우 주가가 오를 땐 자신이 가진 자금보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급락해 빌린 돈에 비해 주식의 담보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강제로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한다. 이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과도한 빚투가 큰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지난해 5월 9000만개, 지난달 1억개를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늘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스피 5000 돌파 시대에 개미들은 고점에서 물린 ‘상투 잡힌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자산소득을 높이려다 불안감과 조급함, 박탈감 탓에 노동소득까지 잃을 수 있으니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 개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한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밈.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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